금리 인상에는 선 그어
“델타, 단기 리스크 내포…향후 경제지표·리스크 신중히 평가”
8월 고용, 노동시장 건전성·델타 위협 척도 될 듯
파월 의장은 전날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경제가 기대하는 대로 광범위한 발전을 보인다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은 테이퍼링과 별개”라면서 “금리 인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테이퍼링 시기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향후 경제 지표와 진행 중인 리스크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 “최근 유행하는 델타 변이는 단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며 “다만 최대 고용을 향한 지속적인 진전에 대한 전망은 좋다”고 언급했다. 이는 연내 테이퍼링 시작을 기본 방침으로 두고, 델타 감염세와 고용 회복세 지속 여부 등 상황에 맞춰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가 내달 3일 발표하는 8월 고용보고서가 테이퍼링 시기를 결정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보고서 결과에 따라 연준 위원들이 미국 노동시장의 건전성과 델타 변이로 인한 위협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연준은 테이퍼링 시작 조건으로 물가와 고용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보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물가는 이미 이러한 기준을 충족했지만, 고용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연준의 평가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되레 “연준이 일정 기간 목표치를 넘어서는 것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많이 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로 궤도에 올랐다.
고용은 회복세가 완전하지 않은 데다가 델타 변이 등 변수로 지속 여부가 불분명하다. 파월 의장 역시 “7월 고용 보고서에서 추가적인 진전을 봤지만, 델타 변이도 더 퍼졌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8월 미국 비농업 고용 증가세는 전달 대비 둔화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정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 중앙값은 약 75만 명이다. 7월의 94만3000명 증가와 대조된다. 델타 변이 확산이 미국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그러나 예상이 맞는다면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땐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단 현재 예상대로만 지표가 나와준다면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 지표가 큰 폭의 감소를 겪지 않는 한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월평균 신규 고용이 80만 명 이상을 기록한 것을 감안했을 때, 시장의 예상값은 이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고용 시장의 개선세가 더 빠르다면 연준의 테이퍼링 계획은 가속화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반대가 될 전망이다.
만약 고용 상황이 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개선됐을 땐, 오는 11월 테이퍼링에 나서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준의 몇몇 매파 위원들은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11월에 시작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는 연준의 기존 자산매입이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위와 같은 일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