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 형제가 구속됐다.
31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허영구 부장판사는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 이모(18)군과 동생(16)에 대해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며, 소년으로서 구속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라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형제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쏟아지는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군은 “할머니에게 할 말이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스크 너머에서 한숨만 내쉬었다.
형제의 국선변호인은 범행 중 동생이 가담 여부에 대해 “계획했다기보다 범행 직전 우발적으로 서로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막상 형이 실행에 나섰을 때 동생은 말렸고, 이미 상황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생은 정서·행동 장애로 현재 이 상황에 대해 개념이 없지만, 큰일을 저질렀다는 걸 아는 걸로 보인다”라며 “형은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형제는 전날인 30일 자정께 대구 서구 비산동 거주지에서 친할머니(77)의 몸 여기저기에 수십 차례 흉기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몸이 불편해 집 안에서 이 참변을 목격한 할아버지의 신고로 형제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인은 다발성 자상에 의한 과다 출혈로 인한 심정지로 드러났다. 형제는 2012년부터 약 10년 가까이 조부모 아래서 자랐으며, 경찰 조사에서 “할머니가 잔소리해서 그랬다”라고 범행 동기에 대해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