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비밀리에 미국 대피작전 도와…공항 게이트까지 탈출 미국인 호위”

입력 2021-09-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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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수작전 부대, 비밀 게이트·콜센터도 마련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미국의 대피작전을 도와 미군과 미국인들을 비밀리에 카불 공항 게이트까지 호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두 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이 탈레반과 비밀 협상을 맺었으며, 이에 따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가려는 미국인들을 카불 공항 게이트까지 호위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식통 중 한 명은 미국 특수작전부대가 공항에 ‘비밀 게이트’를 설치하고, 미국인의 대피 절차를 안내하기 위한 ‘콜 센터’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대피 대상 미국인들은 카불 공항 인근에 미리 설정된 ‘집결 지점’에 모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미국인들은 어디에서 모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는데, 주요 집결 거점 중 하나는 공항 게이트 바로 바깥에 있는 내무부 건물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인근 미군이 미국인들의 접근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탈레반은 약속된 집결 지점에서 대피 대상의 신원을 확인한 뒤 공항 게이트 부근까지 데려다주고, 이들을 그곳에서 공항 내부로 안내하기 위해 대기하던 미군에게 인계했다.

탈레반의 이러한 호위 임무는 하루에도 수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효과가 있었다.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7월 14일 이후 미국인 약 6000명을 포함해 총 12만3000여 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사히 탈출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남은 미국인들의 수를 약 100~200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