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는 조금 특별한 부서가 하나 있다. 직원들은 공무원증 세 개를 갖고 '특정 인물'의 거주지를 찾아 수색한다. 시청 소속 공무원이지만 '특정 인물'에 대한 심문, 압수수색, 디지털포렌식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부서는 바로 전국 광역시도에서 유일하게 체납징수 활동을 직접 하는 '38세금징수과'다.
2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만난 이병욱 38세금징수과장은 이 부서 창설멤버다. 지방세 세무 직렬이 처음 생긴다는 말을 듣고 1993년 서울시 지방세무직 공채 1기로 공직에 들어섰다. 이후 2001년 38세금징수과가 창설될 때 관련 업무와 발대식을 준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38세금징수과는 20년간 3조 60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원래는 경영 관련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 지방세 분야가 처음 신설되다 보니 여기로 가면 기존 업무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기존 틀을 벗어난 일요. 10년을 38세금징수과에서 일하다 민생사법경찰단, 행정국에서 외도(?)했는데 그때 경험이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38세금징수과에 절반을 함께했다. 처음에는 세무과라는 부서 내에 업무 성격이 다른 체납 담당 직원들과 일반 행정업무 담당 직원이 함께 근무하다 보니 갈등도 많았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8년 비양심 고액체납자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느끼고 과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시스템이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세무종합시스템에 대법원 부동산등기부 발급시스템, 국세청 사업자등록망 등 여러 시스템으로 체납징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부동산이나 자동차, 금융계좌 압류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가상자산 압류나 고액자기앞수표 발행내역 추적 조사도 진행하고 있죠."
이 과장은 체납세금 징수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점으로 '체납자 주소지 찾기'를 꼽았다. 38세금징수과가 관리하는 체납자는 약 2만5000명, 체납 세금액은 2조 원 규모다. 문제는 체납자들이 위장 전입한 경우가 많다는 것. 찾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만나야 내달라고 할 텐데 그 말 자체를 할 수 없죠.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겁니다. 그러면 체납자 가족을 먼저 찾고 다음에 실제 거주지를 알아내요. 어떤 사람은 면전에서 체납자가 아니라고 해요. 억울하다는 사람도 있고요. 세금이 잘못 부과됐다고 오리발을 내밀거나 폭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38세금징수과에서 근무하는 10년 동안 압류한 동산을 경매로 처분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팀 창설 초기에는 가택 수색 후 압류한 고급 냉장고나 운동기구, 미술품, 각종 귀금속 등을 사무실 창고에 그냥 뒀다. 몇 년을 처분하지 않고 압류만 하고 있으니 체납자들이 매각해 달라는 민원까지 제기해 조사관도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매각 기관이나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법원 집행관의 유체동산 매각 현장을 따라 다니면서 처분방법을 배웠어요. 민간 경매시장 여러 곳에서 경매 방법도 배웠고요. 공부한 뒤 서울시청 강당과 체납자 집에서 직접 경매방식으로 압류품을 처분했어요. 처음 공매한다고 하니까 호기심에도 온 사람도 많았어요. 그때 압류품을 다 털었죠. 이탈리아 도자기만 수 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이 과장은 비양심 고액체납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조세제도가 체납자들에게 관대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특히 국세나 세외수익 과태료는 체납하면 감치할 수 있는데 지방세는 규정이 없다. 유치장에 30일 감치하면 세금을 안 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금을 징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납세 풍토를 조성하고 조세 정의 구현을 하는 게 38세금징수과 역할입니다. 비양심 고액체납자에게 '절대 자산 숨길 수 없다. 끝까지 찾아내서 징수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세금을 못 내는 사람 중 생활이 어려운 분은 저희가 복지 연계도 해줍니다. 이 때문에 '착한 암행어사'라는 말도 듣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