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전국민 1차 접종' 70% 목표 달성할 듯
우여곡절 많았던 모더나 백신…그동안 수차례 미뤄져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분 국내 우선 도입은 협의 중"
그간 수차례 방역 당국의 애를 태웠던 모더나 백신 600만 회분이 드디어 국내에 들어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찌됐든 예정된 물량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방역당국은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 백신과 달리 유독 탈이 많았던 모더나 백신 도입 과정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하다.
방역 당국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후 102만 회분 공급을 시작으로, 모더나 백신 600만 회분이 주말까지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열린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이같은 공급 일정을 밝히고 "600만 회분 이상일 수도 있다"며 추가 공급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로써 정부가 그동안 내세운 '추석 전 전국민 70% 백신 1차 접종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모더나사는 자사 실험실 문제 여파로 8월 공급 물량을 당초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일방 통보했다가 우리 정부의 항의 방문을 받고 701만 회분을 오는 5일까지 공급하기로 약속했었다. 이 중 101만7000회분은 지난달 23일 들어왔다.
모더나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건 모더나사가 코로나19 이전까지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고 유통한 경험이 전혀 없는 바이오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모더나사는 2010년 캐나다 출신의 데릭 로스 하버드 의대 교수와 첫 투자자인 팀 스프링거 하버드 의대 교수, 로버트 앵거 MIT 교수 등이 설립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창업자를 제외하고 직원도 없었고, 상업용 제품도 내놓은 적이 없었다. 당시 모더나사는 RNA를 활용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었다.
현재 모더나는 세계 각국의 CMO들과 생산 계약을 맺고 있는데, 원료는 스위스 CMO '론자'가 생산한다. 론자의 미국 공장에서 만든 원료는 미국에서 사용하고, 스위스 공장에서는 미국 외 다른 국가용 원료를 생산한다. 생산의 최종단계인 병입과 포장은 세계 각국의 공장에서 이뤄진다. 워낙 여러 곳에서 백신이 생산되다보니 관리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체 제작망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화이자는 미국 내 미주리, 메사추세츠, 미시건 주의 자체 공장과 독일, 벨기에 공장에서 백신을 단계별로 생산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모더나 백신에서 제조 장비 부품이 발견된 것도 부실한 모더나의 생산·유통 체계 때문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 6월 캐나다와 함께 모더나발 공급 차질 문제를 겪었다.
정부가 애초에 모더나와 부실한 계약을 맺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가 모더나와 맺은 계약서는 ‘연내 4000만 회분을 공급받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월별·분기별로 물량을 얼마씩 도입할지가 없어 모더나가 3분기 계약 물량의 대부분을 9월 말까지 줘도 계약 위반이 아니다.
또 한국 정부는 비밀 유지 협약을 이유로 그동안 구체적 공급 일정을 쉬쉬해왔는데, 정작 미국 정부는 모더나와의 백신 계약서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분의 국내 도입은 아직 논의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지난주부터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차례 다른 나라에서 오지 말고 국내에 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요청했다"면서도 "다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