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곳곳 예비군, 민방위 모두 괴성을 질러댄다는 그 무시무시한 드라마.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SNS를 뒤덮은 하이퍼 리얼리즘.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군필자들의 어마어마한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D.P.’는 웹툰 ‘D.P.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인데요.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원작 웹툰을 그린 김보통 작가가 공동 극본을 맡았습니다.
‘D.P.’는 ‘Deserter Pursuit (근무이탈 체포조)’란 뜻의 약자로, 탈영병들을 잡아 오는 일을 담당하는데요. 군대 내의 경찰이라고 불리는 헌병대 소속 중 차출돼 임무를 수행하죠.
실제로 김보통 작가가 헌병 D.P. 출신으로 알려졌는데요. 직접 경험한 바를 그려서일까요? 너무나 사실적인 배경과 인물, 상황에 군필자들 모두 불쾌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낀다고 하죠.
극 중 주인공인 안준호(정해인 분)가 헌병에 뽑히는 과정조차 현실고증이 제대로 됐는데요. “키가 175cm 이상인 사람”이라는 교관의 질문에 손을 들었을 뿐인데, 곧바로 안준호 이병은 헌병대로 향하게 됩니다.
훈련소 기간을 마치고, 키 버프를 받아 헌병대에 자대배치를 받은 안준호는 ‘진짜 군대’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떠도는 이야기, 선배들의 경험담, 인터넷 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현실적이었죠.
만렙 병장의 갈굼은 정말 유치하면서도 사람의 기분을 밑바닥 치게 하는 더러운 괴롭힘이었는데요. 안준호 이병이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는 그저 와꾸(얼굴을 뜻하는 비속어)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신랄한 사실적 묘사. 쳐다보기가 너무 힘든데 보게 되는 건 (너무나 다행이게도) 자신이 현재는 군필자여서일까요? 안준호 역을 연기하는 정해인조차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서 너무 리얼한 세트장과 분위기 때문에 PTSD를 경험할 정도였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병 안준호”라고 해야 할 대사를 자신도 모르게 “이병 정해인”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NG가 났다는 믿지 못할 후기도 덧붙였습니다.
학창시절의 괴롭힘보다 더 폐쇄된 곳에서 진행되는 유치한 쪼임, 그 말투, 행동, 당하는 모습. 자신의 군대 생활을 사찰한 듯 경악스러운 선임들의 모습을 빼다 박은 그 연기. 군필자들은 드라마를 보다가 PTSD가 왔다는 호소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독하게 똑같은 배우들의 연기는 ‘D.P.’ 열풍의 큰 축인데요. “진짜 내가 만난 선임인 줄”, “보고 있나 김병장”등의 분노 댓글이 이어지고 있죠. 최고 빌런 황장수(신승호 분)에 대한 반응이 제일 뜨거운데요. 작중 최악의 인간쓰레기죠. 등장과 동시에 많은 예비역에게 PTSD를 선사한 구타 머신이라 불리는데요. (놀랍게도 미필)
안준호의 어머니가 안준호에게 보낸 편지 중 하나를 꺼내어 분대원들 앞에서 큰소리로 읽어 모욕감을 주기도 하고요. 편지의 내용 중 월급이 5만 원 올랐다는 글에 “네 엄마는 거지냐? 그럼 너는 거지새끼냐?”라는 패드립도 서슴지 않습니다. (결국, 마지막 화에서 크게 당하는 게 조그마한 사이다이자 고구마)
안준호가 D.P. 영입제안에 응한 큰 이유가 바로 황장수를 피하기 위함이기도 했죠. 그래도 안준호에게는 한호열(구교환 분) 상병이라는 멋진 사수도 있는데요. 안준호와 같은 D.P.이자 아버지 군번이죠. 1년 차이의 선임, 군대 내에서 비공식적인 멘토-멘티의 관계이자, 어둠만 같던 군 생활의 유일한 방패막입니다.
한호열의 행동과 말투 또한 진짜 군대에 있는 그 모습 그대로인데요. 헌병대장 보좌관으로 온 임지섭(손석구 분)에게 보고를 하는 안준호와 한호열의 모습에서 알 사람만 아는 포인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안준호의 “이병, 안.준.호”와 한호열의 “상병, 한호↘열”의 리듬감이 이 드라마의 극사실주의의 방점을 찍었죠.
대한민국 군대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다루면서도, 미친듯한 배경과 연출, ‘사실 기반’ 연기, 거기다 적재적소에 튀어나오는 미친듯한 음악이 몰입도를 멱살 잡고 끌고 간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정해인, 구교환, 신승호, 조현철, 김성균 등 등장인물들의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죠. 6화로 이뤄진 ‘D.P.’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시즌2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D.P.’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국내 인기순위 1위에 올랐고요. 1일에는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D.P.’는 전 세계 인기순위 16위, 태국·베트남에서는 1위를 기록했죠. 거기다 제작사인 제이콘텐트리도 1일 기준 지난달 20일 연중 저점(3만6750원) 대비 약 23% 급증하며 반등 추세를 보였습니다.
엄청난 대박작이자 소름 돋는 현실작. 예비역의 PTSD이자 일기장인 마약 같은 드라마. ‘D.P.’의 시즌2를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