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주도 문화대혁명과 비슷 지적
“공동부유, 시 주석 장기 집권 토대 마련 작업”
“국가가 모든 것 통제하려 해…‘기업가 제거’는 아냐”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공동부유’ 슬로건의 목표가 빅테크 기업과 사교육 시장을 넘어 비디오 게임과 연예인, 아이돌 팬덤 문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행보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대혁명은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된 마오쩌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 회복을 위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당시 ‘만민 평등’을 외치며 자신의 사상을 찬양하게 했으며 부르주아 가치를 배척하고 무수한 사람들을 탄압했다.
블룸버그는 “‘공동부유’와 이와 동반된 각종 규제가 시 주석의 장기 집권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제2의 문화대혁명’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달부터 국가 교육 과정에 도입된 ‘시진핑 사상’이다. 이달 새 학기가 시작된 중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전문대,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이 ‘시진핑 사상’을 공부한다. 초등학생용 교과서에서는 시 주석이 ‘시 할아버지(시진핑 할아버지)’로 친숙하게 표현됐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고 이름 붙은 이 교과서는 사회주의와 관련한 정치적 인식과 사명감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국가 교육과정에서 ‘시진핑 사상’이라는 교과목을 새로 도입하고, 18세 미만 아이들의 주말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을 금요일·주말·공휴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만 제한하는 규제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공동부유를 위한 홍색규제의 시작은 빅테크 기업이었다. 알리바바그룹홀딩을 필두로 중국 빅테크 기업은 ‘공동부유’ 기조 아래 견제와 규제 대상이 됐다. 공동부유를 위한 사회환원을 하라는 압박도 커져 알리바바가 2025년까지 자선단체에 155억 달러(약 16조 원)를 기부하기로 하는 등 기업들의 ‘자진 납세’격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빅테크에 이어 사교육 시장에도 규제 핵폭탄이 떨어졌다. 중국 교육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성장한 사교육 시장에 ‘공동부유’ 잣대를 들이대며 이윤 추구를 금지했다. 저출산의 주범인 사교육 비용을 억제하려는 조치란 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교육시장에 대한 당국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을 잇달아 퇴출하며 기강을 잡고 있다. 드라마 ‘황제의 딸’, 영화 ‘적벽대전’ 등에 출연해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톱 여배우 자오웨이가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출연했던 작품이나 흔적 등이 각종 온라인에서 사라졌다.
이와 함께 중국판 ‘꽃보다 남자’ 시리즈인 ‘이치라이칸류싱위(같이 별똥별을 보자)’로 스타가 된 정솽도 탈세 의혹으로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황비홍‘ ’동방불패‘ 등으로 이름 떨친 홍콩 액션스타 리롄제(이연걸), ’뮬란‘의 류이페이(유역비), 셰팅펑(사정봉), 장톄린, 웨이웨이, 쑨옌쯔, 대만의 왕리훙, 판웨이보, 자오유팅 등 9명의 중화권 스타들도 중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였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의 팬클럽은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측으로부터 팬클럽의 명칭 등을 바꾸라는 통지를 받았다.
다만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주장하는 것은 국가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과 수급을 결정하고, 이윤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시 주석은 기업가 계급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업적 방향을 전환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공동부유
‘모두 잘 살자’라는 공산당의 슬로건이다. 과거 덩샤오핑은 공동부유 수단으로 중국 개혁·개방 정책을 추구하는 노선을 취했으나 시진핑 정권은 고소득층과 기업의 소득을 조절하고 사회 환원을 장려하는 정책 등을 위한 슬로건으로 활용하고 있다.
용어설명=홍색규제
사회주의 국가에서 모든 사회문제를 정부의 통제와 규제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공산당이 사회와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인 규제 압력을 펼치면서 홍색규제는 중국식 규제를 가리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