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시작됐음에도, 집값은 계속 오르고 ‘빚투’(빚내서 투자)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는 것으로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31% 올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 매매가격이 0.21% 상승했고, 인천 0.43%, 경기도는 0.51%나 뛰었다.
집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08.1로 전주(107.3)보다 0.8p 높아졌다.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정부는 ‘2·4 대책’ 후속조치로 신도시 건설을 통한 수도권 12만 호와 세종·대전의 2만 호 공급 계획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 멀고, 실제 주택 공급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매우 길다.
‘빚투’도 금리인상 이후 오히려 증가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가 2일 기준 25조2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잔고는 8월 25일 24조4573억 원이었지만 금리인상 이후 오히려 6거래일 연속 증가해 6000억 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5%로 별로 높지도 않다.
연내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도 한 차례의 0.25%p 인상만으로는 여전히 완화적 수준임을 강조한다. 돈줄은 앞으로 더 조여진다. 이미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줄이고,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도 묶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은 총재가 회동해 부동산 등 자산 버블과 금융불균형에 강한 우려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가 예고된다.
정부의 거듭된 고점(高點) 경고, 금리 인상, 돈줄 틀어막기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고 빚투가 증가한다. 전방위로 정책수단을 쏟아붓고 있지만 시장에서 무력화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우려스럽다.
결국 집값이 핵심인데, 대출을 막아 수요를 누를수록 시장은 집값이 더 오른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실수요자들의 피해만 커진다. 집값·전셋값이 뛰어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총량규제로 묶으면 대출 중단이 불가피하다. 은행권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들은 금리가 훨씬 비싼 2금융권 등으로 밀려 부채부담이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주택 공급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니 금융정책의 한계만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동원할 수 있는 정책도 더 이상 찾기 어려운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