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월급쟁이 사장'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사망한 A 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패러글라이딩 업체의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였던 A 씨는 2018년 말 1인용 패러글라이딩 비행 도중 추락 사고를 당해 숨졌다. 회사 대표는 당초 친척인 B 씨였으나 사고가 있기 4개월 전 사업자등록상 대표가 A 씨로 변경됐다.
유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회사 대표자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주식 전부를 실질적으로 B 씨가 보유하고 있는 등 회사는 전적으로 사업주가 운영한 것 보인다"며 "A 씨는 근로의 대가로 받는 보수 외에 회사 영업으로 인한 이윤 창출이나 손해 발생 등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며 "사고와 업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A 씨의 업무 내용에 '2인승 체험비행자격 취득을 위한 비행 연습'이 명시돼 있다"며 "A 씨는 근로계약상 업무에 해당하는 개인 비행자격증 취득을 위해 비행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