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손잡고 유통에 '금융' 더한 CU…편의점서 은행 업무 보는 시대
GS25는 LG유플러스와 협업 통해 첨단 점포 구축 박차
5만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편의점이 '혁신 실험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슬세권(슬리퍼 신고 다닐 수 있는 가까운 지역) 영향력에 힘입어 '일상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편의점은 물건만 판매하는 단순 소매점이길 거부한다. 최근 업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과제는 '스마트화', '무인화', '플랫폼 확장'이다. 모두 첨단 기술을 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력을 갖춘 이종(異種) 산업과 결합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선제적으로 미래형 편의점을 구축, 독점적인 플랫폼 사업자로 입지를 다지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마트24와 그룹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와 협업해 8일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을 오픈, 완전스마트매장 국가 기술 표준을 제시한다고 7일 밝혔다.
'완전스마트매장'은 쇼핑한 상품을 들고 매장을 나가면 인공지능(AI) 비전, 무게센서, 클라우드 POS(판매시점관리) 등 리테일테크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매장을 뜻한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 개발한 ‘셀프서비스 스토어’ 기술이 적용됐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에는 AI,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음성인식, 클라우드POS 등 신세계아이앤씨의 리테일테크가 총동원돼 자동결제 기술이 구현됐다.
고객들은 매장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본인 신용(체크)카드로 인증 및 출입 QR코드를 받아 입장할 수 있다.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최초 인증된 카드로 자동 결제가 진행된다.
김장욱 이마트24 대표이사는 “이번 매장을 비롯해 앞으로도 보다 진보된 매장을 구축해 가맹점과 고객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유통'과 '금융'을 결합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BGF리테일은 하나은행과 미래형 혁신채널 구축 및 디지털 신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편의점의 역할을 소매점으로 한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 및 디지털 혁신 점포 구축 △고객 데이터 융합을 통한 제휴 상품 및 서비스 출시 △결제 서비스 공동개발 △MZ세대 맞춤형 공동 이벤트 진행 등에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BGF리테일과 하나은행은 서울 송파구에 'CU X 하나은행 금융 특화 편의점'을 오픈한다. 해당 점포의 인근 500m 내에는 일반 은행 및 자동화지점이 하나도 없어 금융 업무가 필요한 고객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점포는 CU가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상업자 표시 편의점(PLCS, Private Label Convenience Store)이다. CU는 "상업자 표시 편의점은 기존 숍인숍 방식을 넘어 공간의 공유와 함께 제휴 브랜드의 서비스 및 콘텐츠를 상호 완벽하게 결합하는 콜라보 점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특화 편의점에는 금융 서비스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을 만든다.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에는 종합금융기기인 STM(Smart Teller Machine)가 설치돼 은행 상담원과 직접 상담 연결을 통해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및 보안카드(OTP) 발급 등 영업점에 가야만 처리할 수 있었던 업무가 가능하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첨단 점포 구축을 위해 통신사인 LG유플러스와 손잡았다. 양사는 이달 초 업무 협약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상권ㆍ매장 분석을 통한 스마트 스토어 구축 △미래형 매장 구축을 위한 리테일-테크 솔루션 기획 등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GS리테일은 LG유플러스의 AI 영상 인식 CCTV를 편의점 GS25, GS더프레시(GS수퍼마켓) 등 소매점에 적용해 매장 내 고객의 동선, 상품 탐색 순서 등을 분석한다.
또 GS리테일은 점차 늘어나는 무인형, 하이브리드 점포 등 미래형 매장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LG유플러스의 다양한 무선, IoT(사물인터넷) 관련 통신 기술을 적용한다. 온오프라인 물류 단계 별 신선식품의 상태 확인 및 관제가 가능한 ‘IoT 온·습도계’, 무인 디지털 판매대 ‘IoT 스마트 쇼케이스’ 장비 등을 테스트 도입하고, 향후 협업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보다 점포 수가 많다 보니 '실험'과 '도전'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위험 부담이 적다"라며 "특히 실험 단계인 무인 점포가 자리잡기 전까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