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인기 먹거리가 속속 돌아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레트로 선호 현상이 식지 않은 데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한 불황 극복 카드로 과거 단종됐던 스테디셀러 메뉴들이 줄줄이 재출시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고객들 투표로 단종된 햄버거 메뉴를 한정 재출시하는 '대한민국 대표 레전드버거 선발전'을 다시 선보였다. 투표를 위한 상위 10개(톱10) 햄버거 선정에 지난달 약 일주일간 이뤄진 사전 투표에만 3만 여명이 몰려들었다. 현재 톱10에 선발된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는 2019년 레전드버거 투표 1위를 차지한 오징어버거와 2차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선발 시 내달 중에 재출시된다.
앞서 롯데리아는 2019년 처음 레전드버거 선발전을 개최해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당시 투표 1위를 기록한 오징어버거는 당시 출시 20일 만에 250만 개가 팔려나가며 화제를 모으자 2위에 이름을 올린 밥을 뭉쳐 번처럼 만든 라이스버거도 뒤이어 다시 출시했다.
장수 제품이 많은 제과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제과는 최근 추억의 아이스크림 '조안나바'를 6년 만에 선보였다. 조안나바는 1991년 출시된 장수 제품으로 1990년대 5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인기 제품이었으나 2015년 단종됐다.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줄곧 이어진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가정용 멀티 아이스크림 등에 대한 수요 증가하면서 조안나바를 재출시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재출시된 제품은 증량 등 스펙이 한층 업그레이드됐고 팬데믹 이후 업계 전반에 퍼진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기조를 감안해 친환경 포장을 적용했다.
롯데제과가 올해 선보인 재출시 제품은 조안나바를 포함해 4종이나 된다. 특히 1992년 출시된 젤리 먹거리 '참새방앗간'은 2002년 재단장 이후 20년 만에 되돌아왔다. 1972년 나온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껌과 함께 대형껌 삼총사로 불리던 '후레쉬민트' 껌 역시 2017년 생산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출시됐다. 2000년대 들어 자일리톨 껌 등에 전력하기 위해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만 남겨 놓고 후레시민트 생산을 중단했으나 최근 '민초단'(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집단) 열풍 등 에 힘입어 다시 선보였다.
과거 인기 먹거리의 부활 배경에는 레트로 열풍에 더해 업계의 '리스크 회피' 전략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미 한번 검증된 제품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돌아온 인기 먹거리들의 매출 실적 호조는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오리온이 3년 만에 다시 선보인 '치킨팝'은 2년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 봉을 돌파했다. 15년 만에 돌아온 '와클' 역시 재출시 5주 만에 누적 판매량 180만 개를 돌파했다. 2018년 재출시된 '태양의 맛 썬'은 재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달성했다.
13년 만에 한국맥도날드가 다시 선보인 ‘필레 오 피쉬’ 역시 출시 3주 만에 100만 개를 넘어서며 인기를 입증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오랜 시간 필레 오 피쉬를 그리워해 온 고객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응답해 재출시를 결정하고 상시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시 트렌드나 매출 등을 살피며 단종, 재출시가 이뤄지기도 한다"라면서 "무엇보다 최근에는 레트로 열풍이 불어닥쳐 옛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이 인기여서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드는 신제품보다는 '흥행보증 수표'격인 과거 인기 제품을 재출시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정적"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