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56조 원에 가까운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상장 첫날 ‘따상’ 기대감을 높였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뒷받침된 데다 올해부터 적은 돈으로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약 171만여 개 계좌가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 공모주를 추첨 방식으로 배분하게 됐고 이에 따라 주식을 1주도 못 받는 청약자가 나오게 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일부터 이틀간 8개 증권사에서 진행한 현대중공업 일반 공모주 청약에 총 56조562억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17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 원),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 원)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58조4237억 원) 에는 못 미치지만 성공적이란 평가다.
8개 증권사에서 총 171만3910개 계좌가 청약에 참여해 평균 청약 경쟁률은 405.50 대 1(잠정)로 잠정집계됐다.
이 같은 청약 열풍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증시 대기자금(투자자예탁금)이 70조 원에 육박한 데다 지난해 이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을 이어간 공모주를 보며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일반 청약 물량의 절반을 최소 증거금 이상을 낸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배분하는 ‘균등배분 방식’이 시행됐고, 증권사별로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점이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사원 김모 씨(31)는 “증권사 4곳에 청약을 넣었다. 소액으로도 청약할 수 있다 보니 지인 중에는 가족까지 동원해 계좌를 만들어 청약에 나섰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의 공모가(6만 원) 기준 시총은 5조3264억 원이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개장 이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을 기록하게 되면 시총은 13조8486억 원에 달한다. 코스피 시총 순위는 29위다.
증권가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IPO 시장에 나선 대어급 종목들과 달리 ‘착한 공모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경쟁사 대비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경쟁사 대비 저렴하게 증시에 등판한다”라며 “선박 교체 사이클과 환경규제 강화의 영향에 힘입어 상장 후 양호한 주가흐름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황어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업계 수위업체라는 점에서 10% 프리미엄을 부여해 목표주가로 9만 원을 제시했다. 상장 초기에 나올 수 있는 매도물량은 공모주 말고는 없다”며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배정받은 주식을 일정기간(15일~6개월)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의무확약비율(53.1%)을 감안하면 초기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수의 10%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