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네 마녀의 날’을 맞아 코스피는 전날보다 1.53% 하락한 3114.70으로 마감했다. ‘네 마녀의 심술’이 증시를 흔들었다. ‘네 마녀의 날’은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 주식 선물과 옵션 등 네 가지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치는 날이다. 3·6·9·12월 둘째 주 목요일에 발생한다.
개인투자자는 1조36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3800억 원이 넘는 매도 폭탄에 시총 상위 종목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반등에 나섰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마녀들의 변덕을 이겨내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01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 물량 1조2500억 원어치를 받아낸 결과다. 코스닥지수 또한 이날 개인투자자가 16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15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0.25% 떨어진 1034.62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1.31% 하락한 7만5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 역시 매물 폭탄은 견디지 못했다. 2.83% 급락하며 10만 원대 주가가 위태롭다.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1.93%), LG화학(-1.06%), 삼성SDI(-2.73%), 현대차(-2.11%), 셀트리온(-1.65%), 기아(-1.60%) 등 시가총액 상위 18위권 내 전 종목에서 파란불이 켜졌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선물·옵션 만기일 외국인의 매도세를 어느 정도 경계해왔다. 통상적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보유한 차익 잔액을 청산하기 위해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한꺼번에 나타나 주가가 급등락하는 데다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으로 전 세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패닉장 가속화’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 물량은 만기에 현물거래가 동반되는 차익 거래성 거래라기보단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 공포와 경기 둔화 우려, 인플레이션 걱정 등이 겹친 데 따른 신흥국 주식시장 하방 위험 헤지로 보고 있다.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단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만의 불확실성 변수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국, 홍콩 등 주요국 증시에서 변동성이 커졌다. 다음 주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고, 추석 연휴 직후 9월 FOMC가 예정됐다. 코스피지수 3170선 이탈로 인해 당분간 경계 강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고 분석한다.
이어 “중장기 상승추세는 유효하다. 이번 조정이 올해 1월 초 이후 지속한 박스권 등락, 7월 이후 전개된 가격조정의 마지막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보면 좋은 매수기회가 온다고 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