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오리지널 의약품의 모든 권한을 사들이는 전략이 제약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국내 판권 인수나 제네릭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전략이다.
1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보령제약은 항암제 등 3개 품목에 대해 LBA(Legacy Brand Acquisition)를 협상 중에 있다. 항암제 포트폴리오 강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추가해 국내 항암제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LBA는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오리지널 제품을 인수하는 것으로 판매권뿐 아니라 생산권, 허가권 등 제품 관련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 판매권만 인수하는 계약보다 초기 비용이 크지만 오리지널 제품의 높은 브랜드 로열티(충성도)를 가져갈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라는 평가다. 또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생물학적 동동성 시험·승인이 필요하지만 LBA는 이미 되어있어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만성질환이나 항암제 부분은 특히 제품 신뢰도 및 브랜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네릭 제품이 나와도 오리지널이 갖는 브랜드 로열티가 있다”며 “제네릭이 나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규모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5월 LBA를 시작했다. 2015년부터 유통권을 갖고 있던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항암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염산염)에 대한 생산 및 판매권 등 모든 권한을 사들인 것이다. 젬자는 국내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췌장암, 비소세포 폐암, 방광암, 유방암, 난소암, 담도암 등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6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보령제약 전체 매출의 2.32%를 차지한다. 보령제약은 젬자의 직접 생산도 나설 계획이다.
젬자의 성공 이후 보령제약은 향후 LBA 품목을 늘려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방침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4월 결정된 유상증자를 통해 총 985억 원을 조달했다. 이중 70%는 LBA 전략에 활용된다. 특히 추가적인 지분 투자 및 신약 파이프라인 도입 계획보다 LBA 전략을 통한 이익 성장에 집중해 얻은 수익을 신약개발,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LBA를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과 항암제 부분의 경쟁력을 재고할 것”이라며 “항암제의 올해 연매출 1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LBA뿐 아니라 R&D, 자체 신약 개발, 오픈이노베이션 등 전방위적으로 힘쓰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