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 대면서비스업 종사…폐업 땐 취약계층 내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서비스업 위기는 제조업 위기와 닮았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생산·수출지표 개선에 고무돼 비반도체 불황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처럼, 코로나19 충격에 매몰돼 대면서비스업의 추세적 불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제조업 균열, 작년에야 대응 = 한국의 제조업 위기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 생산지수(원지수)는 2014년부터 7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반면 반도체 등 제조업용 중간재 생산은 2016~2018년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생산·출하·수출 등 관련 지표들도 개선세를 이어갔다. 2017년 경제성장률은 ‘3%대’를 달성했다.
D램 단가 하락으로 반도체 호황이 꺾이고 관련 제조업 지표가 급감하면서 ‘진짜 위기’가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해 말 메모리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전기차 등 빅(BIG)3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에 착수했다. 전통 제조업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 지 6년 만의 일이다. 당장은 기저효과 등으로 제조업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대면서비스업의 불황이 시작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붕괴가 가팔라졌을 뿐, 추세는 수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코로나19 변수를 제외해도 대면서비스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긴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일시적인 코로나19 충격 대응만큼 중요한 게 신산업 창출, 업종 전환 등 대면서비스업 구조조정을 통한 추세 반전이다.
◇‘경제 허리’ 몰락 막아야 = 대면서비스업의 구조조정은 경제 허리인 중산층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절실하다.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중심의 대면서비스업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몰린 대표적인 산업이다. 주된 취업자는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이다. 대면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가구 주소득원인 경우가 많다. 폐업·실직 등으로 무너지면 기댈 곳이 없다는 의미다.
경제 전반도 대면서비스업 의존도가 높다. KOSIS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취업자 비중은 7월 기준으로 19.8%에 달한다. 추세적으로 대면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이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취업자 5명 중 1명은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상황이다.
대면서비스업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업종 포화, 소비 트렌드 변화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코로나19 유행이 이런 상황에 기름이 됐다. 추가적인 매출 감소에 빚을 내 버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대출금 규모는 293조9000억 원에 달한다. 근로자들은 키오스크 등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크지만, 이에 대한 대응만으론 대면서비스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대면서비스업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와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는 중산층·취약계층 가계 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연적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하려면 대면서비스업 구조조정은 선택보다 필수에 가깝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면 소비의 수요 감소로 인해 코로나19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과당 경쟁이 일어나던 상황에서 일종의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온라인 소비로의 변화에 따라 대면서비스업의 자영업자들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