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도 높은 플랫폼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 10건 가까운 플랫폼기업 규제 법안을 내놓고 올해 정기국회 처리를 밀어붙일 움직임이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 금지와 소비자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부도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주 “플랫폼들의 경쟁제한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사실상 지주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자료를 누락해 계열사 신고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빅테크나 핀테크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플랫폼 기업의 특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제의 배경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이미 몸집이 커진 플랫폼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독점을 통한 ‘갑질’이다. 특히 카카오는 무차별로 사업영역을 늘려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17개, 해외 41개 등 계열사가 158개에 이른다. 금융·교통·쇼핑·엔터테인먼트·IT서비스 등 전방위로 뻗어나가면서 5년 전 78개에서 배로 늘어났다. 혁신보다는 기존 사업자 인수로 택시와 대리운전, 영어교육, 미용실, 꽃배달, 스크린골프, 장례서비스까지 진출해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말썽이 커지고 여론도 악화하자 김범수 의장은 조만간 상생방안 발표와 함께 소상공인들과 부딪히는 일부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여당의 플랫폼 때리기가 독과점 방지와 소상공인 보호에 그치지 않고 혁신 스타트업까지 겨냥한 과잉규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연 ‘플랫폼 피해업체 간담회’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 부동산중개 서비스 ‘직방’ 등도 불려나왔다. 혁신 서비스 개발로 기존 직종과 경쟁에 나선 스타트업들이다. 여당의 규제 드라이브는 결국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플랫폼 기업과 기득권을 가진 전문 직종, 대규모 유권자 집단인 소상공인들의 갈등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얘기가 많다.
대형 플랫폼이 독점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키운다면 응당 규제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 중인 규제는 빅테크뿐 아니라 혁신적 사업모델로 겨우 성장성을 갖춰가고 있는 스타트업까지 주저앉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섣부른 과잉규제로 스타트업이 꺾이면 결국 소비자 편익과도 거꾸로 간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분명한 것은 규제로 신산업을 키울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한 국내 플랫폼 산업은 아직 규제가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해 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