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유동성(L) 사상 첫 6000조 돌파, 5000조 돌파 이후 2년2개월만
돈맥경화 여전 통화승수 역대최저 근접..기준금리 인상 등에 반등 조짐도
광의통화(M2) 증가율이 12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카카오뱅크와 SD바이오센서,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증거금으로만 100조원 가량 몰린 탓이다. 가계 전세와 주택매매 자금수요도 꾸준해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도 계속됐다. 부가세 납부시점까지 겹쳐 기업자금도 늘었다.
광의유동성(L)은 사상 처음으로 6000조원을 돌파했다. 5000조원을 돌파한 이래 2년2개월만이다.
반면, 통화승수는 역대최저치에 근접했다. 돈이 돌지 않는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여전한 것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 규제가 이어지면서 조심스럽지만 통화승수 반등 가능성을 예상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중 M2는 전년동월대비 11.4% 급증한 344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평잔 원계열 기준). 이는 2009년 1월(12.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또, 올 1월 10.1%를 보인이래 줄곧 두자릿수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M2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을 합한 M1에다,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형상품, 2년미만 정기예적금 및 금융채, 금전신탁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성자산으로 불린다.
이같은 증가세는 일부 대형 공모주에 대한 청약자금이 몰린 탓이다. 이에 따라 청약자금을 관리하는 증권금융 등이 포함된 기타부문 M2 증가율은 15.9%에 달했다. 이는 2017년 9월(17.4%)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가계를 중심으로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 등 대출자금 수요가 계속됐다. 기업에서도 부가세 납부를 위한 자금 수요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정책적 지원이 계속됐다.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 직접자금조달도 활발했다.
정진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었다. 청약증거금만 100조원 가까이 됐다. 여기에 상반기 내내 이어졌던 가계의 주택관련 자금 및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있었다. 부가세 납부를 위한 기업의 자금수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유동성(Lf)은 9.9% 증가한 475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0월(10.2%) 이후 5년9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L(말잔 원계열기준)은 9.9% 늘어난 6031조9000억원을 보여 사상 처음으로 6000조원을 넘겼다. 2019년 5월 5000조2000억원으로 5000조원을 돌파한 이래 2년2개월만이다.
한편, 본원통화는 전월보다 1.3% 증가한 242조9000억원을 기록해 2개월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평잔, 계절조정 기준). M2는 0.9% 늘어난 3443조8000억원을 보였다. 4월 1.5% 증가 이후 석달연속 0%대 증가세다. 이에 따라 본원통화 대비 M2 증가율인 통화승수는 14.18배에 그쳤다. 3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 14.17배에 바싹 다가선 것이다.
정진우 차장은 “통화증가율이 높아 통화승수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M1 증가율이 꺾이고 있다. 당국 규제에 따른 선수요가 마무리되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진다면 통화승수도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