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함영주 소송 등 영향
쉽사리 포기 결론 못 내는 듯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징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 여부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항소 제기 시한인 이달 17일을 이틀 앞두고 항소 포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권의 항소를 촉구하는 움직임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는 눈치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2019년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으며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손 회장은 이에 반발해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7일 법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의 위반은 없었다고 판단하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은 인정되나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등에 대한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우리은행과 손 회장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즉각 항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금감원은 항소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우선 항소를 주저하는 이유로는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가 장기화되며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또, 이번 판결에 따라 금융사의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이 CEO에 있다는 점이 법원을 통해 확인되며 금감원이 CEO를 제재할 권한을 인정받은 셈이어서 실리는 챙겼다는 점도 항소를 포기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항소를 제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법무법인 A의 고위 관계자는 “항소 여부가 결정이 됐단 얘기는 듣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항소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항소를 대리할 법무법인을 선정하는 과정이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은 소송을 대리할 법무법인을 새로 선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며 “금융당국 사건을 수임할 경우 관련 해당 금융회사 계열사의 사건을 맡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법무법인으로서는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국가로펌인 정부법무공단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
야당에서도 금감원의 항소는 ‘무리수’라는 주장이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제재에 대해 민간 금융사가 소송을 건 적이 없는 상황에서 소송이 제기되고 또 이에 졌다는 것에 대해 금감원은 관리 감독과 제재 방식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항소만이 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금감원이 쉽게 항소를 포기하기엔 넘을 산이 많다. 금감원이 이번에 항소하지 않으면 오는 12월 결심이 예정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중징계 소송건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감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금감원의 항소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도 항소를 제기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전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하라”고 촉구하며 “1심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감독 당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역시 “이번 판결은 DLF 펀드 전후 발생한 디스커버피펀드, 라임, 옵티머스 등 제재심에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금감원의 다른 펀드에 대한 현실적 감독과 제재 기능이 형해화 될 것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항소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금융사 지원에 초점을 맞추려는 신임 금감원장의 의지의 반영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정은보 금감원장의 취임일성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의 의지가 결국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후퇴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