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으로는 중국 견제 강화 목적이라는 평가
태평양·아시아 지역 둘러싼 양국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공동 화상 회견을 열고 새로운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출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커스는 세 나라의 국가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장기적으로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보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오커스 결성은 3국 간의 협력을 공식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역사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들 세 나라는 사이버, 인공지능(AI), 해저 능력, 양자기술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한 점이다. 3국은 관련 팀들로 회의체를 꾸려 18개월간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이 그간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공유한 나라는 1958년 영국이 유일했는데 여기에 호주를 추가한 것이다. 이날 세 정상은 핵확산 비판을 의식한 듯 핵잠수함이 핵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일 뿐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는 점에서 핵 비확산 조치에 부합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글로벌 비확산에서 리더십 유지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모리슨 호주 총리도 “우리는 핵 비확산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도 ‘극도로 민감한’ 기술이라고 한 뒤 “솔직히 이는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에 해당한다. 이것이 앞으로 다른 상황에서 착수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며 ‘단 한 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3국이 오커스 결성 이유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꼽았지만 숨은 의도는 중국 견제 강화라고 분석한다. 미국은 오커스를 통해 유사시 자국의 핵잠수함을 인도·태평양까지 보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이미 여러 동맹 관계로 얽힌 세 나라가 추가로 새 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한 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이미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포함된 기밀 정보 공유 협정인 파이브아이즈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존슨 영국 총리가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완화하기 위해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 전략 하에 아시아에서 영국의 역할 확대를 추구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중국과 첨예하게 갈등해왔던 호주는 핵잠수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시작한 무역 전쟁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을 재구성하기 위해 동맹을 강조하던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에도 백악관에서 일본, 호주, 인도와 ‘쿼드(Quad)’ 대면 회담을 진행한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 요청을 받고 “제3국의 이익을 해치거나 표적으로 삼는 배타적인 협력체를 구축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냉전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견을 털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