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반발해 법정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권영국 변호사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법정소동,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권 변호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권 변호사는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결정을 내리자 대심판정에서 크게 항의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권 변호사는 “오늘로써 헌법이 정치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고성을 질렀다.
2015년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 당시 집회 참가자 6000여 명과 함께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다 광화문대로의 차로를 점거하고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법정소동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방해할 목적으로 고성을 질렀다기보다 사건의 선고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선고 결과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법정소동을 무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형법 138조 ‘법원’의 범위에 헌법재판소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의미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며 1심과 판단은 다소 다르지만 같은 결론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헌법 재판 기능을 해당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해석이 입법의 의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해당 법령은 행정기관의 일상적인 행정업무와 차별화되는 각 기능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경찰력 등 자체적 권력집행수단을 갖추지 못한 국가기관의 한계에서 생길 수 있는 재판, 입법기능에 대한 보호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형법상 ‘법원’은 실체법상 의미의 법원 등이 아니라 소송법상 의미의 법원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해 공권적 법률판단을 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주체로서의 재판기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기능을 담당하는 재판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소송법상 의미의 법원에는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