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자리를 노리는 유력 후보 중 한명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전 정조회장이 18일 위안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일본이 아닌 한국 측이 쥐고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기시다는 이날 오후 일본기자클럽 주최의 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이 2015년 12월 외무상(장관)으로 한국과 맺은 '위안부 합의'가 "지금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이 합의 내용을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신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한국에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한국이 국제적인(국가 간의) 합의와 조약, 국제법을 지킬지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고 했다.
기시다는 "(한국이) 이런 것조차 지키지 않으면 미래를 향해 무엇을 약속하더라도 미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대화가 필요하지만 그런 점에서 "볼(공)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시절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당시 일본 외무상 간에 이뤄진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선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합의 직후부터 협상 과정에서의 피해자 배제 논란이 일었고, 합의 당시 일본 정부를 대표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문제를 놓고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국회 답변을 통해 천명한 것을 계기로 합의 내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 여파로 합의에 근거해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이 2018년 11월 해산하는 등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효력 정지 상태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법원이 올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로 판결하고, 이 재판에 불응해온 일본 정부가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는 다시금 한일 간의 최대 외교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시다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이 총리가 될 경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기시다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선 "북한 미사일 기술이 점점 진보하고 있다"며 공격 능력 확보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