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프로세스' 재점화 의지…북미 비핵화 이견 응답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무대에서 종전 선언 제안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사실상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선언을 통해 연내 6.25 전쟁의 종전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인 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지난해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교착상태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남북과 북미 관계를 ‘노딜’로 끝난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018년과 2020년 유엔총회 연설과 달리 남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까지 참여하는 식으로 종전선언의 주체를 구체화했다. 이는 내년 2월 초 예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역시 ‘지구 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며 “한반도 운명 공동체로서, 또한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가기 바란다. 나는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은 순항,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우리 측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비난하는 등 군사적 도발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임기를 약 8개월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자 협력을 통해 돌리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과연 북한과 미국이 응답할지 미지수다.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돼 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도 가장 큰 당면 과제다.
미국 역시 이전 북미대화에서 종전선언을 비핵화 상응 조치로 논의해온 만큼 종전선언에 주체로 나서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첫 유엔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제안은 실무 차원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보텀업’ 방식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남북미의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압박하려는 자세로도 읽힌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유엔총회 중인 22일(현지시간)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한미일 외교장관이 만날 예정이다. 회담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영변 원자로 재가동, 우라늄 농축 가능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