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직원들 "업무 가중" 아우성
"개편 서둘러 분위기 다잡아야"
일부 직원의 '땅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직 개편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내부 분위기도 다소 뒤숭숭한 상황이다. 일부 직원들은 "차라리 정부가 빠른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며 희망 고문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2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올해 들어 8월까지 LH 임직원 가운데 206명이 퇴사했다. 퇴사자 10명 중 4명은 10년 차 이하의 실무 담당자로 파악됐다. 2018년 10년 차 이하 퇴사자가 17.8%, 2019년 25.2%, 2020년 30.9%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젊은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크게 늘었다.
이는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상당수위 LH 직원들은 조직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추석 연휴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LH 땅 투기 의혹 사태 이후 LH 내부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 단행을 예고했다. 땅 투기 사태가 비대해진 조직에 따른 시스템적인 문제라면서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정부가 구상한 유력한 조직 개편안은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토지·주택 개발부문을 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계획에 여야 의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LH 조직 개편에 발목을 잡혔다. 공청회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모회사의 적자를 자회사가 메우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LH를 쪼개는 데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정부가 LH 조직 개편 단행을 예고한 8월마저 지났다. 그새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진행했고, 추가 신규택지도 공개했다.
이러자 오히려 LH 내부 직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업무는 늘어나는데 직원들은 잇따라 퇴사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어서다. 특히 애초 올해 상반기 예정된 신입사원 공개 채용도 무산된 상황에서 정부가 LH 정원 1000여 명 감축을 공식화하자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LH 직원 A 씨는 "1만 명 직원 중에 수사 대상이 20명, 그중 처벌을 받은 게 4명가량인데 비율로 볼 때 땅 투기한 국회의원이 훨씬 더 많지 않나"라며 "조직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B 씨도 "차라리 지금처럼 질질 끄느니 조직 개편을 할 거면 빨리했으면 좋겠다. 지금 내부에선 조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업무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면 추석 이후에도 퇴사자가 더 늘어날 것 같은데, 남은 사람들의 업무만 가중될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