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드라마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앞장서 있는 술래가 외치는 그 말. 음의 높낮이를 순식간에 분석해 달리는 속도를 조절했던 정말 잘 놀던 어린 시절. 술래의 등을 제일 먼저 터치한 그 순간, 영웅이 된 듯한 그 성취감까지….
그 추억의 놀이가 잔인한 놀이로 돌아왔습니다. “너 아직 안 봤어?”를 곳곳에서 외치게 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이야기입니다.
5일간의 추석 연휴를 제대로 즐긴 작품인데요. ‘오징어게임’은 456명의 사람이 456억의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한 게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데스게임 장르물입니다.
‘오징어게임’은 총 9화로 구성, 어린 시절 즐기던 한국 고유의 놀이에 공포를 더했는데요. ‘어른들의 동심이 파괴된다’라는 포스터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추억’으로 남아있는 따뜻한 기억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게임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오징어게임’ 참가자인 성기훈(이정재 분)은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가 사채업자에 쫓겨 ‘신체포기각서’에 지장을 찍고 마는데요. 허탈한 마음으로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딱지치기’를 제안하는 남자를 만나, (돈이 없어 신나게 뺨을 얻어맞은 뒤) 수중에 쥐어진 돈에 기뻐합니다. 게임 후 그 남자는 ‘○△□’가 그려진 명함을 건넸고, 성기훈은 뒤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오징어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총 456명 참가자 중 456번으로 참여하게 된 성기훈은 그곳에서 자신의 돈을 소매치기했던 067번 강새벽(정호연 분)과 쌍문동 동네 동생 218번 조상우(박해수 분), 001번 오일남(오영수 분)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죠.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오로지 상금 때문. 핑크색의 옷을 입고 ○△□가 그려진 가면을 쓴 진행요원은 간단한 게임을 통과하면 큰 상금을 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모두 동의한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똑같은 옷을 입고 한곳에 모여 어리둥절한 상태로 첫 게임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바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습니다.
커다란 인형이 앞에 있고, 인형이 외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쉬운 게임에 웃으며 출발했던 참가자가 발을 삐끗한 순간, 날아드는 총알. 경악한 사람들은 자리를 벗어나 도망가기 시작했고 그 수백의 사람들에게 어김없이 총이 발사됩니다.
‘오징어게임’의 참가비는 바로 하나뿐인 목숨이었던 거죠. 죽음을 넘나드는 공포를 이겨내고 첫 게임을 통과한 이들은 눈앞에 쌓인 상금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255명이 죽고 201명 만이 남은 첫 번째 게임 결과, 한 사람당 1억 원씩 255억 원이 적립됩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도전한 이 게임에 극한 두려움과 상금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죠.
총 6개의 게임, 곳곳의 반전요소와 눈치 채지 못한 클리셰, 단순하면서도 찌릿한 공포로 다가오는 추억의 게임들의 얽혀져 묘한 기운을 내뿜는데요. 이 알 수 없는 쾌감과 두려움이 다음 게임 결과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열풍만큼이나 SNS와 유튜브는 ‘오징어게임’을 분석하는 글과 영상으로 넘쳐나는데요.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힌트와 장면들을 다시 되짚는 내용이 즐비합니다. ‘오징어게임’의 승자가 되는 방법이라는 색다른 드립과 짤까지 추가돼 그야말로 ‘오징어게임’ 홍수 속이죠.
'오징어게임'은 국내 시청자를 넘어 해외 시청자의 마음도 사로잡았는데요.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오늘 미국의 톱 10 콘텐츠’ 부문에서 21일(현지시간)과 22일 이틀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오징어게임’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대만, 일본, 태국 등에서도 1위를 유지 중인데요.
심지어 넷플릭스 정식서비스가 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회경로나 불법으로 다운받은 중국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4위에 랭크되기도 했죠.
외신의 평가 또한 후했습니다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는 감탄을 프랑스 ‘RTL’은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당신의 신경을 자극할 훌륭한 시리즈”란 호평을 쏟아냈죠.
물론 넘치는 칭찬만큼 비난도 상당합니다. 참가자 중 여성들은 약한 존재, ‘팀 구성’에 있어 불리한 조건 등으로 묘사되는 데다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 또한 ‘어눌한 말투’로 치부되는데요.
게임 곳곳 요소들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기존 데스게임 장르물의 한 장면씩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이죠. 황동혁 감독은 시사회에서 이런 논란을 일축했는데요. ‘오징어게임’은 2009년에 대본을 완성했기 때문에 원조를 따지자면 자신이 원조라는 의견을 내세웠죠.
거기다 참가자들이 받은 명함의 전화번호가 실제 사용자가 있는 번호인 점도 문제가 됐는데요. 10년 넘게 그 번호를 사용했던 사용자는 배터리가 방전될 정도로 몰아지는 전화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죠. ‘오징어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측은 피해를 본 사용자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논란도 의혹도 관심도 호평도 모두 인기작에 붙여지는 수식어겠죠. 기존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컨셉과 구조에서 벗어나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 드라마라는 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평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