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공군 본부 법무실과 법무법인(로펌) 간 통신 영장 청구를 무더기로 기각,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성추행 피해자인 고(故) 이모 중사의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특임군검사는 수사 초기 단계에 공군 수뇌부 3명과 가해자 측 로펌 관계자 2명 등 5명에 대한 통신 영장을 청구했다.
이성용 전 공군 참모총장·정상화 전 공군 참모차장(특임검사 활동 당시 현직)·이성복 공군 제20비행단장과 가해자 측 로펌 소속인 예비역 2명이 대상이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5명 중 4명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가해자 측 로펌 관계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상 모두다. 센터 측은 군 수뇌부와 공군본부 법무실 등의 부실 수사 관여·연루 여부를 규명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국방부는 특임군검사를 임명하며 독립적 수사가 보장된다고 선전했으나, 실제로는 군사법원을 통해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통신 영장 청구를 무더기로 기각시켜 수사를 초기 단계부터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방부는 사건 핵심 의혹을 규명하는 일을 포기하고 군 수뇌부와 법무 라인을 옹호하는 길을 택했다"며 "성추행 가해자와 주변 사람 몇 명만 처벌하고,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구조적 문제는 덮어버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센터의 주장에 대해 "영장의 발부 또는 기각 여부는 전적으로 적법한 절차와 법적 요건에 따라 독립 기구인 군사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군사법원을 통해 영장을 기각시켰다거나 특임군검사의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