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발목 잡힌 글로벌 공급망...주유소·항구 ‘비명’

입력 2021-09-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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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유소 절반가량 문 닫아…곳곳서 휘발유 사재기
브렉시트 따른 트럭 운전기사 부족이 공급 차질 원인
미국 주요 항만도 문 닫는 시간 늘어
나이키 신발 들어오기까지 80일…예년의 2배

▲영국 잉글랜드에 위치한 주유소 밖으로 25일(현지시간)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잉글랜드/AP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인력난’이 떠올랐다. 영국에서 기름을 운송할 트럭 운전기사 부족으로 연료가 바닥나 문을 닫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최대 항구에도 일할 사람이 없어 컨테이너 수만 개가 쌓여 있다. 경제활동과 국제무역의 ‘혈관’이 꽉 막힌 탓에 경기회복 차질도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주유소 절반가량이 연료 고갈로 문을 닫았다. 특히 영국 휘발유소매업자협회(GRA)는 회원사인 독립주유소 5500곳의 70%에서 연료가 바닥났다고 밝혔다. 나머지도 연료통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 곧 영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영국에는 약 8000개의 주유소가 있는데 독립주유소를 제외한 2500곳은 메이저사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다.

메이저 석유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1200개 주유소를 운영하는 BP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주말 수요 급증으로 전체의 3분의 1가량 주유소에서 기름이 바닥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로열더치셸도 연료 부족으로 인한 주유소 운영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유소 휘발유 수요 급증은 연료 고갈 우려에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 주말 차량들이 정유를 위해 주유소에 몇 시간씩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런던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는 장시간 대기에 예민해진 차주들 간에 폭력 사태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 한 남성을 체포하기도 했다.

사재기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주유 대란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인력난’이 자리하고 있다. 연료를 배송할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공급 차질을 빚는 것이다. 브라이언 매더슨 GRA 회장도 “기름은 풍부하다”면서 “해당 연료들이 아직도 터미널과 정유소에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럭 운전기사 부족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들이 대거 귀국한 데다가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로 신규 유입마저 어려워지면서 악화했다. 운송업계는 부족한 트럭 운전기사 수가 수만 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휘발유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진열대도 텅텅 비어가고 있다.

영국 정부는 결국 트럭 운전사 5000명과 육류업계 종사자 5500명에게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인력난에 따른 공급 혼란으로 미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수입품의 4분의 1 이상을 처리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도 문을 닫는 시간이 늘었다.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항구들이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것과 대조된다. 경제활동 재개로 수요는 급증한 반면, 항만·운송·창고·철도 등 각 부문에서 이를 처리할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항구에 컨테이너 수만 개가 쌓여 있고 60척 이상 화물선은 바다에 뜬 채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미국 내 공급 부족은 심화하고 있다. 나이키 운동화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80일로 코로나 사태 이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코스트코는 휴지와 생수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고육지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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