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어이가 없다. 회사가 가기 싫어졌다"
직장인 김 모(31·여) 씨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가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것에 대해 동갑내기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2년차 직장인인 김 씨는 "어느 대리 직급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냐.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3년 차 직장인 김 모(31·남) 씨 역시 "부럽다. 나도 50억 받고 퇴사하고 싶다"며 박탈감을 호소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 모(31·남) 씨는 "부럽긴 한데 솔직히 재벌처럼 다른 세계 사람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큰돈을 벌면 박탈감을 느끼는데 마치 재벌 아들 같아 박탈감을 느끼진 않는다"며 "문제는 어떤 절차로 그 정도의 큰 금액이 퇴직금으로 책정됐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 곽병채 씨가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곽 의원은 26일 전격 탈당을 결정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분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또' 부모 찬스'라며 분노와 박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천대유에 근무한 박영수 전 특검의 딸까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대장동 의혹이 '제 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조짐이다.
곽병채 씨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일했다. 대리 직급으로 보상팀에서 일했으며 회사는 올해 3월 퇴사한 곽 씨에게 50억 원을 지급했다. 이는 대기업 CEO의 퇴직금과 맞먹는 금액이며 지난 3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곽상도 의원 재산인 43억 7872만 원보다도 많다.
곽 씨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수익이 가시화됐을 때인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해 5억 원의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 3월 퇴사하기 전 50억 원을 지급 받는 것으로 성과급 계약이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무 당시 받았던 급여도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곽 씨는 2015년 6월 입사 당시 급여로 2018년 2월까지 약 3년간 233만 원을, 2018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는 333만 원을, 이후 지난 1월까지 383만 원의 급여(세전)를 수령했다.
곽 씨는 퇴직금 50억이 노력으로 일군 성과라는 취지로 2018년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며 대표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빗대 자신은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뿐"이라며 "제가 입사한 시점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다"면서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화천대유가)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설계의 문제냐,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냐"라고 되물었다.
화천대유에서 토지 보상 담당 직원으로 일해 온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40) 역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화천대유가 개발해 분양한 아파트로 다른 분양자가 계약을 취소한 화천대유 소유분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6~7억 원 수준이며, 현재 호가는 15억 원에 이른다.
박영수 전 특검은 2015년 화천대유 설립 초기부터 2016년 특검 임명 전까지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딸 박 씨는 2015년 6월 입사해 이달 초까지 근무하며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퇴직 절차를 밟고 있는 박 씨 역시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화천대유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대장동 공영 개발 사업에 참여해 큰 수익을 올렸다. 출자금의 1154배에 이르는 배당금을 받아 특혜 논란이 빚어졌으며 정치권 로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경재 변호사 등 초호화 고문단 논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는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한 김 씨는 정치권 연루 의혹에 "전혀 그런 게 없다"고 밝혔다. 법률 고문단에 대해서는 "좋아하던 형님들이고 멘토 같은 분들이라 모셨다"며 "대가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곽 씨가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이 대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곽 씨가 산재를 입었다고도 밝혔다. 자신이 빌린 회삿돈 473억 원의 용처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