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특혜 관련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민관 공영개발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각종 특혜를 모두 누렸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엔 정계, 법조계 등 거물급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어 사실상 사상 초유의 비리사건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이투데이가 27일 관련 의혹들을 조목조목 분석해봤다.
화천대유는 선발 단계부터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는 3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했는데, 이들이 2015년 3월 26일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사업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에다. 일각에선 사업자 선정을 위한 검토 자료 분량만 상당할 뿐 아니라, 1조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개발사업 시행사 선정이 단 하루 만에 이뤄진 점이 이례적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화천대유가 선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은행컨소시엄에서 만든 특수목적법인(페이퍼컴퍼니)인 '성남의 뜰'이 선정된 것"이라며 "페이퍼컴퍼니는 실질적 사업 수행을 위해 자산관리를 설립하게 돼 있는데 그 회사가 바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이 설립된 2015년 7월 27일보다 무려 반년이나 앞선 같은 해 2월 6일에 이미 설립된 회사로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화천대유가 설립된 지 약 한 달 만에 사실상 사업자로 선정된 점도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시 제안서 평가 항목 중 ‘자산관리사 설립 및 운영계획 제출’ 항목에 20점을 배점했는데 입찰에 참여한 자산관리사는 유일하게 화천대유로 이 역시 사전에 계획된 맞춤형 선정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뿐만 아니다. 화천대유는 15개 사업구역 중에서 5개 구역의 토지를 수의계약 형태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받았다. 경쟁입찰이 아닐 뿐 아니라 주변 시세보다도 싼값에 토지를 매입한 것이다.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땅을 특정회사에, 아주 저렴한 값에 몰아준 배경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사업 설계의 중심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 씨가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한 심사 평가위원과 유 씨는 리모델링 조합장 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유 씨와 화천대유가 어떤 관계인지는 밝혀진 바는 없다.
화천대유와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1~7호)이 출자한 돈은 총 3억5000만 원이다. 화천대유는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 5000만 원을 출자하며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했고 천화동인 7호가 3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즉 성남의뜰 전체 지분 중 7%에 불과한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총 4040억 원을 배당받았다. 특히 천화동인 1~7호의 소유자는 각각 개인으로 이 중 800만 원 투자자는 100억 원을, 8000만 원 투자자는 무려 1000억 원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가 이렇게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분양가 상한제 제외'다. 공영 개발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에 걸리지만 민관 합동의 경우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변 시세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분양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반면,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로 확보한 배당금은 1830억 원에 불과하다. 이재명 지사 측은 5503억 원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여기엔 기부채납 자산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 회수한 현금만 보면 1800억 원을 조금 넘는다. 이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일정한 이익만 우선 배당받고, 추가적으로 나는 수익은 모두 화천대유 측에 가도록 설계가 돼 있어서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 일주일 전인 2015년 2월 6일 언론인 출신 김만배 씨가 투자해 설립한 자산관리사다. 김 씨가 실질적 주인이라고 거론되는 이유다. 김 씨는 이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회사격인 천화동인까지 뻗어있다.
핵심은 과거 이 지사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김 씨와 이재명의 연결고리다. 김 씨가 이 지사를 인터뷰한 시점은 2014년 7월, 이후 화천대유를 설립한 시점은 이듬해 2월로 약 7개월간의 공백이 있다. 김 씨는 인터뷰 당시 "이 지사랑 그 어떤 사업 관련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화천대유가 설립된 지 한 달도 안 돼 사업 입찰에 참여한 것에 대해 김 씨가 해명한 내용이 발목이 잡혔다. 그는 "회사를 만들고 낙찰이 되기까지 기간은 얼마 안 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성남시에서 사업에 대한 여러 얘기가 있었다"며 "준비 기간은 제법 길다"고 답한 것이다. 결국 이 지사를 인터뷰할 시점과 맞물리는 셈이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한 김 씨는 '대장동 게이트'와의 관련성에 대해 "그런 것(정치권 로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혹은 이른바 ‘개인3’의 역할이다. 개발사업 초기 457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최태원 SK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다. 즉,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사업 초기 자금을 대여해 준 투자컨설팅회사(킨앤파트너스)에 대규모 투자금을 빌려준 개인투자자인 셈이다. 킨앤파트너스 사무실은 현재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에 위치한 우란문화재단 건물에 있다. 해당 건물 소유주는 최 이사장이다.
'대장동 게이트' 관련 인물로 법조계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되고 있다.
화천대유에 법률 조언을 해주거나 고문으로 위촉된 인사들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람만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순실 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 등이다.
강 전 지검장은 2018년부터 화천대유 고문 자문, 김 전 총장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법률고문과 경영 자문,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대법관 퇴임 후 두 달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됐다. 특히 고문료만 월 1500만 원을 받은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았다. 수사 특검으로 임명된 후엔 화천대유 고문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화천대유에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고문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법조팀에서 오랜기간 취재를 해 온 김만배 씨가 이들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32) 씨가 분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에서 50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곽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가 직접 나서 해명했음에도 논란이 진정되지 않자 곽 의원은 결국 탈당계를 제출했다.
유력 인사 자제가 화천대유에 고용된 사례는 또 있다. 토지 보상 담당 직원으로 근무해온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40) 역시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최근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퇴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전 특검의 딸도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곽 의원 외에도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신영수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원 전 대표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매월 9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의원은 친동생이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억 원을 챙긴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이 밖에도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부인 역시 대장동 사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체의 임원으로 등재된 사실도 알려졌다. 남 변호사 부인은 위례자산관리 주식회사 사내이사로 근무하다 2013년 12월 5일 사임했다. 2013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관합동으로 진행한 위례신도시 개발에서 위례자산관리 등의 투자회사들은 150억 원의 배당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