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IT 업계를 출입하면서 작은 스타트업이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여러 번 봐왔다. 사무실 쪽방에서 시작해 건물 전체로 확장한 곳도 있었고, 누가 사용할까 싶은 앱을 출시해 국민 앱으로 발돋움한 업체도 있었다. 지난해까지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타다’도 그중 하나였다.
개봉을 앞둔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시사회에서 만났다. 영화적인 상업성, 완성도는 제쳐두고 이 영화가 기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취재의 역사’였다.
VCNC가 쏘카에 인수돼 박재욱 대표에게 축하한다고 통화한 일,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와 나란히 공식 석상에 나선 일, 2018년 10월 디캠프에서 타다 오픈베타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를 했던 일 등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출시 간담회 당시 기자의 바로 뒷자리에는 이재웅 대표가 앉아 “잘 되겠죠”라며 대화했던 기억도 난다.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모두가 알다시피 우여곡절이 많았다.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기사 집회에서는 ‘타다 OUT’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고, 국회에서는 법령을 바꾸면서까지 서비스를 규제했다. 작은 플랫폼의 수장인 박재욱 대표는 9시 메인뉴스에 나오면서 법정도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합의안을 끌어냈지만 결국 타다는 지난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결과를 맞았다. 이 모든 순간을 현장에서 취재했기에 밀려드는 감회는 남달랐다.
참 아이러니했다. 타다를 사용하는 주변 지인들은 모두 엄지를 치켜들지만, 취재 중에 만나는 모빌리티 업계는 손가락으로 X자를 그린다. 팩트를 전하는 기자의 업무 특성상 모든 상황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누가 맞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한다는 점 하나만 봐도 타다가 좋은 서비스였다는 생각은 든다.
지금의 타다는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다른 서비스로 유지하고 있다. 기자에게는 타다 취재의 역사를 회상하는 그 시간이, 타다 구성원들에게는 생존에 위협을 느꼈던 절실한 시간의 회상이 되지 않을까. 시간이 꽤 지났지만, 뒤늦게나마 수고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