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6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9월 물가지수가 108.83(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2.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이다. 밥상물가인 식료품을 비롯해 기름값, 집세 등이 모두 올랐다. 올해 정부 관리목표를 훨씬 웃도는 고물가로 인플레이션의 우려 또한 갈수록 커진다.
농축수산물이 3.7% 상승했다. 그나마 계속 두 자릿수로 치솟던 오름세가 큰 폭 둔화됐다. 달걀(43.4%), 상추(35.3%), 돼지고기(16.4%) 등은 급등했지만 무(-44.7%), 배추(-40.3%) 등이 크게 내린 효과다. 국제 유가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업제품도 3.4% 올랐다. 2012년 5월(3.5%)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가 22.0%나 뛰었고, 우윳값 인상으로 가공식품도 2.5% 상승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2.7% 올랐다. 특히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세가 급등했다. 전셋값 상승률이 2.4%로 2017년 11월(2.6%) 이후, 월세도 0.9%로 2014년 7월(0.9%)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은 4분기 상승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10월부터 반영되고, 국제 유가와 환율이 계속 올라 공업제품 물가를 압박한다. 소비심리 반등으로 개인서비스 가격이 크게 뛸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연내 인상을 억누르고 있지만 도시가스와 대중교통 등 공공서비스 물가도 불안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부 관리목표인 연간 물가상승률 1.8%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8월까지 누계상승률이 2.0%다. 올해 연간 상승률이 2012년(2.2%) 이래 9년 만에 가장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플레에 그치지 않고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 심각하다. 그런 조짐이 뚜렷하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자료에서 8월 우리 경제의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뒷걸음쳤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9월 기업체감경기가 크게 나빠졌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전망 또한 먹구름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중국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의 파산 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최악의 위기다. 유가와 원자잿값의 고공행진, 중국의 전력난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과 경기 후퇴, 국제적 물류대란,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하방요인이 중첩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엄중하고 비상한 경기 인식이 요구된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드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다시 경기가 주저앉지 않도록 내수와 투자를 살리기 위한 단기 대응책과 근본적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수단 동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