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임상 3상 중간 결과가 공개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구용 치료제가 코로나19의 해결사라기보다 위드 코로나의 보조적 수단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경구용 치료제가 코로나19 팬데믹(집단 감염)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상엽 KMI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몰누피라비르 같은 경구용 치료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라며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정상인이 아닌 환자에게만 사용하는데다 90만 원이라는 고가로 이용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몰누피라비르 임상 연구는 하나 이상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했기 때문에 출시되더라도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투여될 것”이라며 “특히 대규모가 아닌 775명이 참여한 임상으로 아직까지 부작용과 안전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며 타미플루처럼 전부에게 투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몰누피라비르 임상 3상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0세 이상 심장병, 고혈압, 비만, 당뇨 등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 775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입원 및 사망 감소율이 50%를 달성했다. 머크는 당초 11월 마무리 예정이던 해당 임상을 조기 종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머크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최대한 빠르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FDA의 승인을 받게 되면 몰누피라비르는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된다.
방역당국은 내달 9일 위드 코로나의 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구매 예산을 올해 168억 원, 내년 194억 원으로 총 362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각각 1만8000명, 2만 명 분의 물량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7일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추가 확보를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머크는 치료제 연말까지 1000만 명분을 생산할 예정이며 각 나라의 소득수준에 맞춰 가격 정책을 세울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170만 명분을 12억 달러에 확보해 인당 700달러(약 83만 원) 선이며 우리나라에 책정한 금액은 90만 원 대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지만 방역 차원에서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 위원장은 “치료제로 인해 증상이 호전되고 입원 기간을 단축되면 의료기관 시스템 부하를 막을 수 있고 환자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력을 떨어뜨려 위험을 낮춘다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가격이 좀 더 싼 다른 경구용 치료제 개발이 돼 폭넓게 쓰일 수 있다면 게임 체인저는 안되더라도 방역 당국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와 경구용 치료제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천 교수는 “현재 해외에서 항체치료제 대상은 18세 이상으로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50세 초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경구용 치료제는 재택 치료에서 활용하고 항체치료제는 대상 연령을 확대함과 동시에 생활치료센터에서 활용하는 등 함께 병행된다면 입원·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은 기본이다. 신 위원장은 “치료제가 방역 부분과 예방접종의 보조적 수단에서 유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은 물론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접종(부스터샷)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독감과 달리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높아 취약계층이 감염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며 “게다가 백신 접종 후에도 돌파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과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