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발표에도 주가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시장의 기대가 한참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액 73조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조8000억 원으로 27.94% 증가했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액이 7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3분기 이후 가장 많다.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202조600억 원, 영업이익 37조750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29%, 40.07% 증가했다.
이번 호실적이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앞서 다수의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실제 수치와 거의 유사하게 전망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회사를 '실적 천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주가는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97% 오른 7만23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7만2000원 선을 하회 중이다.
부진한 주가 흐름은 업황에 대한 우려다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협상력 저하 가능성과 반도체 사이클 피크 아웃 우려, 비메모리반도체의 극심한 공급 부족에 따른 스마트폰 등 IT기기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주요고객사 중 하나인 마이크론에 대해 낮은 실적 전망이 나온 것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의 하락 반전과 내년 1분기 비수기의 영향으로 당분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지난 7거래일간 연일 순매도를 기록했다는 점도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내다 판 삼성전자 주식은 무려 1조49억 원어치에 달한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요동치고, 원/달러 환율 역시 변동성이 커지며 자금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가 다운사이클로 진입하며 D램 가격이 2% 하락할 것으로 보며, 지난해부터 IT 수요를 끌어온 PC 판매가 6월 피크를 기록하고 감소로 전환했다"며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가동률이 3월 89% 수준에서 최근 81% 수준까지 하락했고, 서버 추가 투자 모멘텀이 축소돼 가격 협상력 주도권이 수요자로 이전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