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을 기점으로 기업 분할을 예고한 SK텔레콤(SKT)이 이를 위한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분할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경우 SKT는 37년 만에 유·무선 통신사업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회사로 나뉘게 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T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인적분할 방식을 채택한 SKT는 존속회사 약 0.60, 신설회사 약 0.392 비율로 쪼개진다.
주총의 핵심 안건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주식분할 및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이다. 또한 △최규남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 역시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이번 주총에서 인적분할 관련 안건이 통과할 경우 SKT는 내달 1일부터 두 개 회사로 쪼개지게 된다. SKT는 분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 및 차세대 정보통신기술(New ICT) 등 관련 투자에 역량을 쏟아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안정성을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무선 통신 사업을 이어갈 SK텔레콤은 존속회사로 남는다. SKT는 통신 사업에 더해 인공지능(AI) 기반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사업을 성장 전략으로 삼고 사업을 이어간다.
신설 회사인 ‘SK스퀘어’는 반도체와 New ICT 등에 투자하는 투자 전문회사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SKT는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원스토어·웨이브·11번가 등 생활 플랫폼, 나녹스 등 글로벌 ICT 기업 등 다양한 기술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상태다. SK스퀘어는 분할 이후에도 이들 기업과 미국 투자회사인 SKT TMT 인베스트먼트, 도이치텔레콤과의 기술합작회사인 테크메이커 등 다양한 기업을 갖게 된다.
SK스퀘어는 이 같은 SKT의 투자사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성장 잠재력 높은 자원을 발굴하게 된다. 또한 원스토어 등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역시 속도를 올린다.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연간 30%의 순자산 증가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SKT는 애초 SK스퀘어의 순자산 가치를 2025년까지 75조 원 규모로 늘리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이 나뉘면서 수장도 자리를 옮긴다. 분할 이후 SKT는 유영상 현 이동통신(MNO) 사업대표가, SK스퀘어는 박정호 현 SKT 대표가 각각 맡아 이끌게 된다. SK스퀘어에는 윤풍영 현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사내이사로 합류한다. 이에 더해 직원 100여 명도 함께 SK스퀘어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액면분할도 진행한다. 비율은 5대1로, 500원짜리 주식을 100원짜리 주식 다섯 개로 나누는 셈이 된다. 액면분할 이후 SKT의 발행주식은 3억6030만715주가 된다. 이어 인적분할 비율에 따라 존속회사 주식과 신설회사 주식을 각각 교부받게 된다. 이에 따라 회사가 발행할 주식 총수는 11억 주로 늘어났다.
기업분할 안건이 임시 주총을 통과할 경우 분할 기일은 11월 1일이다.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은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1달이며, 오는 11월 29일에 두 기업이 나뉘어 재상장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SKT 분할이 어디까지나 성장을 위한 결단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이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성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의 인적 분할”이라며 “SK스퀘어는 SK그룹의 핵심 플랫폼, 콘텐츠 자회사가 포진돼 있어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를 거치며 커머스, 모빌리티 등 특정 분야에서 SK스퀘어 자회사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지주업종 내에서도 독보적인 프리미엄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