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전기차 리콜 충당금 4800억 반영
반영 이전 영업익 1조 원대 초반
가전ㆍTV 여전히 선방…전장ㆍBS '울상'
LG전자가 가전과 TV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며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리콜과 관련한 충당금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하락하며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번 충당금 부담으로 LG전자는 2분기와 3분기 총 7000억 원에 달하는 리콜 비용을 실적에 반영했다.
LG전자는 12일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8조7845억 원, 영업이익 540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액은 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9.6% 감소했다.
매출액은 18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8조1600억 원)도 소폭 웃돌았다. 기존 최대치는 모바일을 포함한 MC사업본부를 제외한 올해 1분기 실적(17조8124억 원)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GM 전기차 볼트 리콜과 관련해 4800억 원 규모 충당금을 추가 반영하며 애초 전망치인 1조 원대 초반을 크게 밑돌았다.
LG전자는 2분기에도 애초 1조1100억 원대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으나 실적발표 후 2300억 원에 달하는 리콜 충당금을 반영하며 영업이익을 8781억 원으로 정정한 바 있다.
지난 분기부터 LG전자가 영업이익에 반영한 충당금을 모두 더하면 7000억 원을 약간 웃돈다. 이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하기로 한 LG그룹의 리콜 금액인 1조4000억 원의 중간값이다. 다만 리콜 진행 과정에서 비용 규모나 분담 비율은 변동될 수도 있다.
LG전자 측은 "리콜은 초기 생산분과 관련해 모듈ㆍ팩 전수 교체, 최근 생산분은 진단 SW를 활용한 모듈 선별 교체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충당금 반영 이전 실적은 1조200억 원대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상반기에 이어 가전과 TV 사업부가 좋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전 사업에선 상반기 최대 매출, 영업이익 수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3분기에도 7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가전 제품군인 ‘오브제 컬렉션’, 스팀 가전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높은 평균판매가격(ASP)이 유지됐다. 프리미엄 가전 제품군 위주로 판매를 늘려가며 계절성을 탈피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북미 주택 경기 회복세가 가전 수요를 꾸준히 견인했다.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는 경쟁사인 미국 월풀과 상반기 영업익 격차를 1000억 원가량 벌려놨는데, 3분기에도 글로벌 가전업체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부도 올레드(OLED) TV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량이 늘면서 4조 원대 중반에 이르는 매출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패널 가격 안정화로 LCD TV와 가격 차이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고객층이 대폭 확대됐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들어 올레드 TV 연간 출하량 전망치를 580만 대에서 6월 말 610만 대, 지난달 말 650만 대로 두 번이나 상향 조정했다.
LG전자는 올레드 TV 시장에서 6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LG전자의 연간 올레드 TV 판매량이 400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본다. LG전자의 지난해 올레드 TV 출하량은 204만 대 수준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하는 셈이다.
반면 전장 사업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변수로 작용하며 이번 분기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지속하며 완성차 회사들의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예상보다 큰 규모의 충당금 반영이 이어지며 애초 목표였던 연내 흑자전환 목표에도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비대면 수요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해온 비즈니스솔루션(BS) 부문도 3분기엔 힘을 쓰지 못했다. 모니터 등 IT 부문에선 수요가 정체됐고, 태양광 모듈 사업에선 경쟁 심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이익이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분기 실적 예상도 다소 흐리다. 우선 가전과 TV 사업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로 인한 집콕·펜트업(억눌린)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여기에 환율 및 물류비, 운송비 등 제반 비용 증가도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재화 소비가 늘어나 지난 1년간 가전 사업이 호황을 이어왔다”라며 “그러나 향후 1년간은 서비스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고, 이에 따라 세탁기, 냉장고 등 일반가전 제품의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