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ㆍ로비'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 유력 대선 주자들이 연루된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로 직권남용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과 고발사주 의혹 사건은 각각 배임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와 함께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는 모호한 기준으로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라는 비판이 꾸준이 제기됐다.
직권남용죄는 정계와 법조계를 둘러싼 이례적이고도 정치적인 사건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지만 입증하기 까다로운 혐의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보복으로 고발장을 남발하는 수단이 되거나 증명이 어렵다는 맹점이 면죄부가 되는 등 '두 얼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1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직권남용죄 고소·고발 건수는 2016년 4586건에서 2017년 9188건, 2018년 1만3738건, 2019년 1만6880건으로 매년 3000~5000건씩 가파르게 늘었다.
검찰이 혐의가 인정될만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권남용죄 기소 건수는 2016년 24건, 2017년 29건, 2018년 53건, 2019년 40건 수준으로 조사됐다. 기소율은 0.2~0.5%에 불과하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유죄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를 벗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직권’의 범위와 ‘남용’, ‘의무 없는 일’의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일각에선 판사의 성향이나 재량에 따라 다른 판결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직권남용죄에 대해 첫 기준을 내놨지만 여전히 모호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천주현법률사무소의 천주현 변호사는 “직권남용에 대한 판단이 뒤죽박죽, 왔다 갔다 한다”며 “사실상 지시할 수 있는 지위를 직권이라고 보지 않고, 직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