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배터리 인재도 턱없이 부족
유례없는 반도체 부족 공급부족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주력 수출 제품인 자동차와 스마트폰에서 생산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떠오른 배터리는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술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와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출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2019년 기준 17%에 달한다. 이는 반도체(17.9%)에 버금가는 규모다.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산업이 휘청거리면 반도체만큼의 수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이미 휘청거리는 조짐을 보인다는 데 있다.
9월 말 기준 기아의 ‘10월 전 차종 생산계획 및 납기 정보’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으로 전 차종의 납기가 지연되고 있다. 8월 내수 판매 1위를 기록한 스포티지는 하이브리드 모델 납기에만 9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솔린과 디젤 모델도 각각 7개월 이상, 5개월 이상 소요된다.
K5도 모델에 따라 2.5~7개월 이상 걸리며, 쏘렌토도 5~11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K8 하이브리드·LPI 모델은 8개월 이상, 카니발은 6~7개월 이상 소요된다.
현대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9월에만 아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2차례 중단했고,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5일간 멈춰 세웠다.
반도체 부족에 스마트폰도 발목이 잡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4억1000만 대로 지난해 대비 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 전망치인 14억5000만 대에서 3% 하향된 수치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삼성전자만 남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미 일부 스마트폰 업체들과 공급사는 올해 2분기부터 주문의 80%만을 공급받는 등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었으며, 3분기에는 더욱 악화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준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갤럭시S21 FE(팬에디션)’ 출시는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애초 갤럭시S21 FE는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해 8월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부족으로 양산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3도 부품 재고 부족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며 공급 부족이 한동안 이어질 분위기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강경수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부족 현상은 삼성, 오포, 샤오미 등 스마트폰 업계의 모든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3사의 임직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600여 명(15.5%) 증가했다.
그러나 사업 확장 속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3000여 명에 달하는 현장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석ㆍ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물론 학사급 공정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터리 기업들은 직접 인재 영입과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김준 총괄사장을 비롯해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 이성준 환경과학기술원장, 이장원 배터리연구원장 등 경영진이 유학생을 잡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총출동했다.
LG화학도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에서 채용 행사를 열고, 신학철 부회장, 유지영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김성민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 등이 한국인 석·박사 및 학부생을 대상으로 회사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지난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지 인재 구인 활동을 벌였다.
SK온(SK on)은 UNIST 대학원과 함께 ‘e-SKB(education program for SK Battery)’ 석사과정 모집 공고를 내고 배터리 인재 모집을 시작했다.
SK온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 분야 인재를 조기 양성하기 위해선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국내 배터리 3사는 경력직원 수시채용을 연중 진행하고 있으며, 전문 교육기관을 신설하며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 시장 성장세와 비교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배터리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 더더욱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