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안고 가겠다.”
‘비선 실세’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옥중편지다. 최고 권력을 쥐락펴락하며, 온갖 부정축재를 벌인 그녀는 단 한 줄로 자신의 야망을 충정으로 포장했다.
인생의 코너에서 외친 한마디는 일반인의 그것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얼마나 억울하면’으로 시작한 동정심은 ‘저 사람도 피해자구나’라는 착각을 들게 한다. 공익제보로 위장하려는 그들의 꼼수 여파는 상당하다. 작게는 조직을, 크게는 국가를 뒤흔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들은 피의자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혀 죗값을 받는, 혹은 받은 이들이다. 시시비비를 더 가려들어야 한다.
여당의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국정감사가 있던 그 날 저녁, 인터넷에는 한 남성의 사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제마피아파 핵심 조직원이었던 박철민 씨였다.
특수폭행 혐의로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 씨는 “이 지사가 변호사 시절 국제파 조직원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줬다”고 폭로했다.
얼굴까지 공개한 그의 한 마디는 진정성을 포장해 정계를 뒤흔들었다. 그날 낮 이 지사는 국감장에서 “조폭에게 돈 받았느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면책특권에 숨지 말아라”며 반박한 터였다. 사람들은 영화 ‘아수라’를 오버랩하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태는 하루만에 급반전됐다. 야당이 ‘조폭 연루설’의 증거로 제기한 돈뭉치 사진이 박 씨가 과거 사채업 홍보를 위해 찍은 ‘허세 샷’이었던 것이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진위확인을 하지 못했다”라며 가짜 사진임을 인정했지만, 여당은 김 의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성희 선수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3년을 받은 조재범 전 코치는 ‘법정 밖 복수’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심 선수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담아 진정서를 보냈다. 재판 중 포렌식 결과로 얻은 자료였다.
심 선수가 대표팀 동료를 비하하고 평창올림픽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 의혹이 있으니, 그를 조사하고 징계하라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일자, 빙상연맹은 심 선수를 대표팀에서 분리했고, 2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 엔트리에서도 제외했다. 구체적인 범죄사실까지 담긴 판결문까지 유출되면서 심 선수는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1조원 대 펀드 사기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도 큰 파장을 낳았다. 그는 구치소에서 “여당 외에도 야당 정치인, 일부 검사에게도 술 접대를 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그 후였다. 접대 의혹을 받은 A 검사가 ‘라임 수사팀에 합류하면서, 화살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으로 향했다. 김 회장이 “술 접대 사실을 진술했지만, 검찰이 묵살했다는”고 말하자,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곧바로 윤 전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빼앗고, 감찰을 지시했다. 감찰은 검언유착 의혹까지 더해지며, ’윤-추‘ 갈등을 더 부추겼다.
하지만 검찰은 김 회장의 폭로가 대부분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진술 묵살‘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로비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이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싸’(insider·인기가 많은 사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갓카(이 전 대통령)한테 편지 답장 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이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와 답장을 공개했다.
만년필로 MB의 초상화를 그린 A 씨의 편지에 그는 “끝까지 도전하며, 열심히 꾸준히 하면 뜻을 이룰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 답장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3월에는 지지자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평생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답장했고, 6월에는 고려대학교 동문에게 “이 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수험생의 편지에 “머지않아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자신의 사인 옆에 ‘인싸’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