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두고 뉴욕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홈메이드(homemade)’, ‘홈그로운(homegrown)’ 등의 수식어를 붙였다. 국내 언론이 누리호 발사와 관련해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 산업)'를 언급하며 과학적 성과에 집중한 것과 달리 외신은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누리호의 정치ㆍ군사적 의미에 관심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다수 외신은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해 군사력 경쟁과 안보 관점에서 누리호를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정부가 우주 개발 시장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누리호 개발을 이어왔음을 먼저 짚었다. 그러면서 로켓 기술을 통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미군에 의존하지 않는 북한 감시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반영돼있다고 분석했다.
전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재임 당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된 것을 언급하며 남한에 독자적인 방어·감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9월과 이달 들어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여러 차례 감행한 것을 언급하며 누리호 발사가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최근 남한의 미사일, 잠수함 전력 증강 등 군사 장비 현대화 시도를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인용하며 남한과 북한 양국 간의 경직된 관계를 강조하는 등 양국 군비 경쟁 구도에 주목했다.
기사 끝에서는 우주 기술을 위해 누리호가 개발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군사 전문가와 북한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누리호 로켓이 군사장비로 쓰일지를 타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초점을 일관적으로 한반도 군사정세에 뒀다.
일본 일간지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누리호의 개발이 안보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로켓 발사 기술이 곧 미사일과 같은 군사 기술로 사용할 수 있고, 첩보 위성을 띄우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으므로 남한과 북한이 우주 개발 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또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800km 이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미사일 지침 종료를 선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이 자주국방을 위해 방위력 강화에 나섰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누리호 개발이 군비 경쟁과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누리호는 독자적인 위성 발사 시설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계획됐다. 정부는 누리호를 통해 위성 11기를 2027년까지 자력 발사할 계획을 세웠다. 이 위성들을 통해 한반도 전역의 위성영상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누리호는 북한이 지난 2016년 발사한 광명성 4호와 유사한 발사체다. 당시 북한은 인공위성을 띄운 것이라 주장했으나 이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며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북한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두고 ‘이중잣대’라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북한이 누리호 발사 날짜에 맞춰 미사일 도발을 시행한 것도 한국형 발사체를 군사적 관점에서 보게 만든 배경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2일 누리호 발사를 보도하며 “북한에 미사일 개발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