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경제연구소장
첫째는 공급측면으로 성장 능력의 결정요인인 노동, 자본, 생산성이 실제 성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경제 전체의 생산이 늘어나는 것으로, 생산 증대는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이 많아지거나 생산성이 높아져야만 가능하다. 경제활동에 필요한 노동이나 자본이 부족하다면 생산 증대는 불가능하다. 노동이나 자본을 늘린다고 항상 생산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나라 전체의 효율성이 저하되어 생산성이 낮다면 생산 증대 효과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 자본, 생산성의 향상 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공급측면에서 노동, 자본, 생산성이 실제 성장을 결정한다는 이론적 배경은 콥-더글러스 생산함수를 기본으로 하는 신고전학파 성장이론이다.
둘째는 소비와 투자 등 수요측면의 요인도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 수요는 국내수요인 소비와 투자, 그리고 해외수요인 수출로 구성된다. 소비와 투자는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들의 가용재원과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해외수요인 수출은 다른 나라 경제주체의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받는다. 이론적으로는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이 경제성장의 수요측면 결정요인과 맞닿아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과 같은 재정확대, 정책금리 인하 등의 거시경제정책이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단기적인 성과가 필요한 정치인들이 선호한다. 수출에 대해서는 해외의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주기 어려우므로, 환율 조정을 통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요 측면의 정책은 장기적인 성장능력 확대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자본 노동 생산성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구조개혁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 경제성장의 결정요인은 산업과 기업 부문의 혁신능력과 경쟁력이다. 이는 공급 측면의 성장능력 결정요인인 생산성이나 기술의 또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즉 생산성은 거시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면 산업과 기업 부문의 혁신능력과 경쟁력은 미시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학 이론으로는 슘페터의 혁신이론과 연결되어 있다. 혁신능력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발전을 통해 경쟁력 강화와 성장 확대를 가져온다. 혁신능력은 국가의 간섭보다는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와 관계가 깊다. 또한 혁신은 다양한 성장정책과 산업정책의 핵심 요소이다. 혁신성장, 창조경제, 녹색성장, 제4차 산업혁명 등 2008년 이후 모든 정부가 혁신과 관련된 성장정책을 채택한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도 성장에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포용성장뿐 아니라 한국판 뉴딜까지 많이 시도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크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앞에서 살펴본 대로 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를 포함, 과거 정부의 모든 정책은 성장에 조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성장 기조가 바뀌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의 성장정책이 핵심은 비껴가고 변죽만 울렸을 가능성이 크다.
성장의 여러 결정요인에 동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어,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것들도 같이 좋아지는 볼링의 킹핀과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무엇이 저성장의 근본 원인인지를 찾아야 한다. 근본 원인이 밝혀지면 그 원인을 해소하는 처방도 쉽게 내릴 수 있다. 직업 간 과도한 보상 격차와 비싼 집값·집세로 인한 고비용 구조, 이 두 가지가 성장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근본 원인인 듯하다.
먼저 직업 간 과도한 보상격차는 공급 측면에서는 좋은 직업은 구직난, 나쁜 직업은 구인난이라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는 노동공급과 생산성 향상을 제약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소득불평등을 통해 소비부진의 핵심 원인이 되고 간접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킨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높은 보상을 받는 직업이 대부분 공공 부문에 있어 우수 인재가 민간 부문을 피한다. 이는 기업 부문의 경쟁력과 혁신 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다음으로 비싼 집값과 집세는 모두 알 듯이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소득불평등, 경제정의 실종, 결혼과 출산 기피 등을 통해, 공급 수요 혁신 등 성장 결정요인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비싼 집값과 집세는 고액의 부동산을 가진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민경제 전체가 나빠지는 만악의 근원이다.
결국 제대로 된 성장정책은 직업 간 보상격차를 줄이고, 집값·집세를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 역대 정부가 이를 하지 못해 저성장세가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