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에 천연가스와 동반 상승
수요 급증하지만 공급은 계속 주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WTI 가격은 장중 한때 1.2% 오른 배럴당 85.07달러를 터치했다. WTI가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한 것은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후 WTI는 소폭 하락해 전날과 같은 배럴당 83.76달러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장중에 배럴당 86.51달러까지 치솟으며 이전 3년래 최고치 기록인 86.1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배럴당 85.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유가도 치솟고 있다. 화력발전소들이 비싸진 천연가스 대신 석유로 눈을 돌리면서 석유 수요를 더 끌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6일 100만BTU(열량단위)당 6.34달러까지 올라 2008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발전소들이 천연가스에서 석유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 석유 추가 수요가 하루 최소 100만 배럴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덩달아 뛰기 시작한 WTI 가격은 이번 달에만 13%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해서는 무려 120% 뛰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한 반면 공급 부족 우려는 심화한 결과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석유 소비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델타 변이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어 원유 수요가 하루 1억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하루 수요 기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같은 수준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 요인은 부족하다.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4일 정례회의에서 11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씩 원유를 증산하기로 했다. 산유국들이 증산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시장 기대와 달리 전달 수준의 증산에 합의한 것이다. 미 셰일유도 탄소 배출 저감 계획 여파로 투자가 대폭 줄어 증산 여력이 없는 상태다.
유가 하락 요인이 부재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13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5.4% 올랐다고 밝혔다. 5개월 연속 5%대 상승이자 2008년 8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