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줄었지만, 매출ㆍ영업이익↑…변화한 경영환경 고려해 연간 실적 목표치 일부 수정
현대자동차가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도 올해 3분기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은 줄었지만, 고수익 차종을 많이 판매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렸다. 현대차는 변화한 경영환경을 반영해 연간 실적 목표를 일부 수정했다.
현대차는 26일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1년 3분기 연결 기준 실적이 △판매 89만8906대 △매출액 28조8672억 원 △영업이익 1조6067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감소했지만, 매출은 4.7% 증가했고 영업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차의 3분기 판매량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며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줄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이오닉 5, GV70, 투싼 등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2.3% 감소한 15만4747대에 머물렀다. 해외 시장에서도 전년보다 6.8% 감소한 74만4159대를 팔았다.
판매는 줄었지만, 매출과 영업익은 모두 늘었다. 제네시스와 전기차 등 수익성이 높은 차종 위주로 판매 물량을 개선하며 생산 감소와 원ㆍ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을 상쇄했다.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28조86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대비 흑자 전환한 1조6067억 원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에 세타2 GDi 등 엔진 리콜과 관련해 2조13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한 바 있다. 영업이익률은 5.6%를 나타냈고,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9370억 원, 1조4869억 원으로 분석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글로벌 판매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라며 “영업이익은 판매 물량 감소와 비우호적인 환율 영향에도 불구하고 판매 믹스 개선과 품질비용 감소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에 다소 부진했던 신흥국 판매 비중의 상승으로 평균판매가격(ASP)에 일부 영향이 있었지만,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 가치 차종의 판매 비중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주요국의 경기 개선과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상황 호전으로 향후 수요 회복이 예상되지만,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품목의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은 올해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되겠지만, 전체적인 정상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 내다봤다.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대외 변수를 고려해 현대차는 이날 연간 실적 목표치를 수정해 발표했다. 올해 연간 판매 계획은 416만 대에서 400만 대로 낮췄다. 반도체 대란의 저점을 통과해 4분기부터 생산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3분기 차질이 예상 밖으로 컸던 탓이다.
전체 판매목표는 줄었지만, 매출액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은 계획보다 높여 잡았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14~15%였던 자동차 부문 매출액 성장률 목표를 17~18%로 상향 재조정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기존 4~5%에서 4.5~5.5%로 높여 잡았다. 고급 차와 SUV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린 덕이다.
일부 투자 계획은 축소하기로 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애초 8조9000억 원이었던 투자 규모를 8조 원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연구ㆍ개발 투자 3조3000억 원 △설비투자(CAPEX) 3조9000억 원 △전략투자 8000억 원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사 역량을 동원해 부품 물량 확보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고부가 가치 차종을 통한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등 유동성 관리 중심의 경영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 판매 확대를 추진해 친환경차 주도권을 공고히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컨콜에서 ”미국 현지생산을 포함한 미국 전기차 시장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결정되는 대로 시장과 전략을 공유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 원)를 투자해 전기차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