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컴퓨터 시스템·기술의 획기적 업그레이드 필요
사생활 보호·정신건강 우려 해소도 요망
그러나 메타버스로 펼쳐질 이런 꿈같은 미래를 실현하려면 기존 컴퓨터 시스템과 기술에 대한 획기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며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대한 우려도 해결해야 한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또 메타버스 세계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사람들이 현실 세계를 회피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미 몰입형 비디오 게임과 가상 콘서트를 통해 사람들은 메타버스의 맛을 일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이 가상공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사람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세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잡한 3차원(3D) 그래픽 구현으로 현실 세계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 현재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옷 차림으로 달을 걷거나 투수 마운드에 서서 야구를 관전하기, 환상의 동물 유니콘이 되는 등 메타버스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마크 위튼 유니티소프트웨어 수석부사장은 “메타버스는 전 세계가 이제껏 본 컴퓨팅 플랫폼 중 가장 큰 혁명이 될 것”이라며 “이는 모바일, 웹 혁명보다 큰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티는 메타버스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와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그 밖에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와 게임 대기업 로블록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에픽게임즈,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를 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흔한 단말기로 이 광대한 새 영역에 진입할 수도 있지만, IT 업계 관계자들은 메타버스 전용 안경형 단말기를 사용하면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닮았지만, 부피는 작아지고 착용감도 훨씬 쾌적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사용자가 가상 물체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촉각 기기나 인간 신체활동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전 방향 러닝머신도 메타버스의 주요 하드웨어가 될 전망이다.
다만 메타버스가 이륙하려면 컴퓨터 시스템의 대폭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보다 고도의 계산 능력이나 고품질의 그래픽, 더 나아가 메타버스의 한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매끄럽게 이동하기 위한 보편적 프레임워크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 숙련 개발자는 물론 누구나 독자적인 가상공간이나 체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래밍 툴도 필수적이다.
VR과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필수 분야에서 30여 년간 종사한 아비 바지브 키홀 공동설립자는 메타버스 실현에 앞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사생활 보호를 꼽았다. 키홀은 2004년 구글에 인수돼 구글어스의 모태가 된 기업이다.
바지브는 “우리가 지금까지 구축한 대부분의 디지털 소비자 데이터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몰입도가 큰 메타버스에서 이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타버스 기술은 TV나 인터넷보다 10배 더 강력하다”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올바른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게이머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캐나다 심리학자 레이첼 코워트는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사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어린이는 그 위험이 한층 높다. 어린이는 세상에서의 행동이나 관계를 맺는 방법을 주로 동료나 사회적 교류를 통해서 배운다”고 경고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페이스북은 5년 안에 메타버스를 구현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소셜미디어가 어린이들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