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 은행, 현지 상황 들어보니
필리핀 : 집 멀어 호텔에서 두 달 간 합숙
베트남 : 4개월 통행금지에 통행증 필수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재난이었다. 올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4차 대유행은 더욱 그랬다. ‘K-금융’을 알리고자 신남방 국가에 진출한 은행들은 여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현지 국가의 코로나 방역 체계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은행을 찾는 고객의 발길은 뜸해졌고, 영업은 여느해보다 어려웠다.
- 현지 근무를 하게 된 계기는
“2015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에서 본부장 성격으로 해외영업을 했다. 작년에 서울 글로벌 본부의 본부장을 맡았다. 캄보디아 소액금융회사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프라삭)’의 인수합병 업무를 위해 올해 1월 부임했다”(캄보디아 김현종 본부장)
“베트남 호치민에서 기업은행 설립 업무를 맡아서 3년 반(2007~2010년), 하노이지점에서 5년(2011~2015년) 등 총 8년 근무했다. 이번에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1년 정도 근무했다”(기업은행 박경일 지점장)
“2018년도에 캄보디아 법인 인수 초대 법인장으로 발령받아 지금 4년 차 근무 중이다”(캄보디아 서준용 법인장)
“베트남 근무 기간은 7년 됐다. 과거 실무자일 때 2008~2013년 근무했고, 2017년에 다시 나와 올해 5년차다. 2017년에 다시 베트남에 나온 것은 한국 시장 한계에 봉착하면서 글로벌 니즈와 주재원 수요가 늘다보니 해외근무 경험이 있어 다시 근무 하게 됐다”(베트남 강규원 부법인장)
“베트남에 온 지 만 3년 됐다. 한국에서는 기업 영업 업무를 맡았다. 베트남에 오기 전엔 4년간 심사역으로 일했다. 한국도 성장하는게 포화됐다. 베트남은 한국계 기업들이 많이 진출했다. 각 종 기업대출, 외환 지원 등 리스크 관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베트남 전광준 부법인장)
- 코로나19 이전의 현지 모습은
“과거 베트남을 표현하면 코로나19 이전엔 ‘역동성, 성장 잠재력, 중국을 이을 세계의 공장’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수년간 국내총생산(GDP) 6~7% 성장을 이어온 인도차이나반도의 맹주로 불렸다. 세계 각 국 해외직접투자(FDI)가 몰렸고, 한국도 FDI 누적 기업으로 1~2위 다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브이(V) 방역’으로 입국이 제한됐고, FDI투자 약정은 됐지만 현지실사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베트남 강규원 부법인장)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를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모든 직원들, 여기 정부도 그랬다. 우리 법인들은 열심히 해보자라는 분위기였던 게 분명한 사실이고, 그게 또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이 시작되면서 설마 더운 나라까지 코로나19 여파가 있겠냐는 반신반의를 가졌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직원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분이 상당히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캄보디아 서준용 법인장)
-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상황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셧다운, 록다운(lockdown), 크랙다운(crackdown)까지 경험했다. 올해 1월에 와서 격리만 7주를 했다. 지금은 부스터샷까지 접종완료를 해서 항체 형성까지 다 된 상황이다”(캄보디아 김현종 본부장)
“과거에는 고객들을 대면으로 직접 만나다가 이제는 전부 줌(Zoom)이나 온라인으로 만나다보니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또한 기업들이 크레딧라인(신용공여)는 확보해놓고 집행은 뒤로 미루는 경향이 짙어져 힘든 부분이 있다. 필리핀 금리가 사장 최저치라서 기업들이 일단 크레딧라인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필리핀 윤태선 지점장)
“록다운이 진행되다 보니 기업의 사업 지연 현상도 발생하고 은행 영업도 상당 부분 원활하지 않았다”(방글라데시 김동헌 지점장)
- 현지 방역 체계로 업무상 어려움은
“마닐라는 작년에 코로나 유행이 가장 심했던 4~7월에 기업간 록다운을 시행했다. 대부분의 현지 직원이 마닐라에서 1~2시간 떨어져 있는 외곽에 살다보니 출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은행 근처에 호텔 숙소 3개를 얻어서 두 달 정도 합숙했다”(윤태선 지점장)
“올해 4차 유행기였던 5월 말부터 이달 1일까지 4개월간 통행금지였다. 오후 6시 이후에 돌아다니지 못했다. 방역체계가 강화돼 필수인력이 아니면 통행증 발급 없인 출퇴근도 못했다. 고객들도 어려웠다. 신한은행도 전체 채널이 40여개고, 호치민 지역에만 20여개 갖고 있다. 두 개 지점 빼고 문을 닫았다. 락다운 아니라 셧다운 느낌까지 받았다. 은행 비즈니스도 어려웠다. 특히 리테일쪽은 고객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보니 연체율도 올랐다”(강규원 부법인장)
“외국인 투자 의존 많아 신규기업 찾기 어렵다. 방역 수준이 높다. 한국으로 보면 서울에서 수원 정도의 거리를 오갈 때 시 경계선에서 막는 것이다. 타 지역에서 오면 보름간 격리한다. 하노이 시내 말고는 근방에 있는 수도권, 한국 기준으로는 안산, 수원 정도를 방문한 지는 석 달정도 지났다. 봉쇄 풀리면 업체 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베트남 박경일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