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27일 정ㆍ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빈소는 2개층에 걸쳐 정ㆍ재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들로 가득 찼다.
이날 조문은 오전 10시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일찍부터 노 전 대통령과 함께 1980년대 한국 정계를 주름잡았던 주역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10시 전부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철언 전 의원,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정구영 전 검찰총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8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1시간가량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외교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분"이라고 말했다.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도 고인을 추모하며 "광주민주화운동 과잉진압이나 여기에 기소되지도 않았고 재판받지도 않았다"며 "지금 문제가 된 건 12ㆍ12 때 반란죄다, 광주 문제하고는 법적 직접적 연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당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오후 2시 50분께 도착한 이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했지만, 조문하러 왔다'라는 질문에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빛과 그림자가 있는 거다.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오후 4시 30분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했던 마음과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업합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며 글을 남겼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고인께서 살아생전에 광주 방문해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그런 행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간접적으로라도 자신의 과오에 대해 깊은 용서 바란다는 말 남겼고 아들인 노재헌이 해마다 '망월묘지'를 찾아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참 많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낙연 전 대표도 조문을 마친 뒤 "12.12와 5.18은 분명 중대한 과오였다"며 "그러나 생애, 자제분 통해서 해마다 사과하고 한 것은 또 다른 평가받을만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날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도 토론회를 마친 뒤 일제히 빈소를 찾았다. 윤석열 후보는 "우리 노태우 대통령님의 서거에 대해서는 국립묘지하고 또 국회 소통관에서 두 번에 걸쳐서 이미 말씀을 다 드려서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태우 대통령도 과와 그림자가 있고 공과 밝은 면이 있다"며 "지금 그분이 오랜 병마 끝에 작고하셨기 때문에 지금 애도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때는 가급적이면 역사적 평가보다도 애쓰신 부분만 우리가 생각하면서 보내드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가 있다.
홍준표 후보는 "북방정책을 시행하면서 대북정책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게 한 그런 분"이라며 "재임 중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국사회의 조직폭력배들을 전부 소탕하게 한 그런 업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우리나라 북방외교를 개척하고 재임 기간 주택 200만 호를 건설했다"며 "부동산 시장을 굉장히 오랫동안 안정시킨 것도 당시 그 정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여러가 과도 있었지만 모든 걸 용서해달라고 유언을 밝히셨고 자제분들도 여러 차례 피해 보신 분들께 사과드리는 그런 발언을 했기에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서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재계에서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상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현재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와 이혼 소송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빈소에 도착한 뒤 20분가량 자리를 지켰다. 그는 취재진에 "저도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면서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아무쪼록 잘 영면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오후 2시 30분경에는 최철원 M&M 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최철원 사장은 최종관 전 SK그룹 부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후에 빈소를 방문해 약 6분간 조문 후 오후 5시 40분께 별다른 말 없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같은 날 손경식 경총 회장과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도 조문을 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자와 만나 고인이 경제계에서 갖은 의미를 묻는 질문에 "옛날에 직선제 대통령으로 나오셨고(선출되셨고), 중국과 외교 관계 수립, 여러 가지 업적을 남기셔서 존경하는 분"이라며 "고인이 그동안 고생하다가 가셨는데 편한 길 가시길 바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 복도는 재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로 가득 찼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의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