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방송 채널 TV 아사히(ANN)의 정오 시사 교양 프로그램 ‘와이드! 스크램블’ 측은 방송 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소개한다”며 “이야기의 배경에는 한국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빈곤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가 시사하는 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겠다”라고 ‘오징어게임’ 특집 기획을 예고했다.
정작 해당 방송은 ‘오징어게임’ 관련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한국의 빈곤·사채·취업·주택·도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내용을 인터뷰와 통계치를 들어 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 위해 ‘오징어게임’을 단편적으로 인용한 셈이다.
현지 SNS상에는 이러한 TV 아사히 ‘와이드! 스크램블’의 방송 내용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 일본 누리꾼은 “(방송에서) 한국 청소년 빈곤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초봉을 비교하고 전세 대출 비율을 따지고 있다”며 “정작 일본 청년 빈곤도 심각한데 이런 상황은 생각도 않고 한국을 동정하고 있다. 최근 TV 프로그램 상태가 최악”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긴 시간 동안 ‘오징어게임은 한국 현실과 비슷하다!’는 내용으로 빈곤문제, 취업난, 도박중독 등 한국 사회 문제를 특집으로 냈다”며 “한국 방송국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외에도 “‘반지하에도 살 수 없다’ 같은 타이틀은 저번에도 나왔던 건데 싫증도 안 나느냐”며 “이런 기획이 방송된다는 것 자체가 일본 사회의 위협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과거 TV 아사히 모회사인 아사히 신문은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수상 등 성과를 거두자 기생충의 배경인 반지하 주택을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등 한국의 양극화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일본 정치계에 대한 일침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오징어게임’ 특집이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방송된 것에 대해 “으레 선거 전에 하는 일상적인(한국 비판) 방송인 것 같다”며 “일본의 선거 정책에 대해 더 방송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언론이 '오징어 게임'을 부정적으로 다룬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다른 언론은 ‘오징어게임’이 한 달 넘게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올라있는 것을 두고 ‘순위조작’ 의혹을 제기하거나 일본 작품을 모방했다는 등 ‘오징어게임’ 흠집 내기에 나서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