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도 4곳 신청 기대감 높아
'도심복합' 용적률 상향 등 혜택
공공 개발사업 중 가장 큰 호응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으로 강남에서도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방창덕 대청마을 대청1구역 민간재개발추진위원장)
"이번에도 개발이 안 되면 20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기필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추진을 이끌어 우리 동네가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증산4구역 주민)
집값 안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주력 공급 수단은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표 민간 재개발로 꼽히는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국토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 복합사업)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민간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공모 접수를 한 달간 진행한 결과 성북구 장위11구역 등 24개 자치구에서 총 102곳이 참여했다. 강남권인 강남구와 송파구에서도 각각 4곳, 2곳이 후보지 공모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실시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청(70곳)을 크게 웃돌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신속통합기획은 주민 동의율 30%(주거환경개선사업 지역은 50% 이상)를 넘겨야 신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 개발사업의 경우 주민 동의율 10% 이상을 받으면 신청할 수 있지만, 신속통합기획은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상향했다. 이처럼 허들을 높였지만, 시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열기도 남달랐다. 그동안 노후된 지역 개선을 위해 정비사업에 나섰지만 주민 간 갈등, 사업성 부족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곳들이 대거 나섰다.
이처럼 공모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신속통합기획은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재개발과 달리 서울시와 자치구 지원 아래 민간 주도 재개발을 통해 구역지정 기간을 절반 가량 단축할 수 있다.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면 정비계획 수립 비용 절반을 지원받으면서 통상 5년 이상 걸리던 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이울러 이번 공모엔 공공재개발에선 제외됐던 '재생지역'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국토부에서는 도심 복합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8차례에 걸쳐 82곳(당정 발표 물량 포함)의 후보지를 발표했다.
도심 복합사업은 민간사업으로는 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사업을 추진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등 도시 기능을 재구조화하는 사업이다.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하고 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성을 개선하며, 주민에게 시공사 선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3년간 한시적으로 제공한다. 용적률도 최대 700%까지 상향하고, 다른 공공 개발사업보다 기부채납을 비율을 낮춘 것도 매력이다.
도심 복합사업은 이런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사업성을 높여 공공 주도 개발사업 중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엔 민간 제안 통합공모를 통해 주민의 개발 수요를 직접 반영해 경기·인천·부산·대구 등 9곳의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가 추가됐다. 이번에 추가된 후보지에는 광명뉴타운 해제구역과 성남 원도심 등 주택 수요가 높은 서울 인접 지역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부 후보지에선 주민 반발이 거세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과 신길4구역 등 9개 후보지 주민들은 국토부에 사업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얼마나 주민 의견을 잘 수렴하느냐에 따라 도심 복합사업에 속도가 붙을지, 제동이 걸릴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