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상 아이오닉 5보다 작고 암팡져
폭발적 가속력에도 1회 충전 368㎞
'부스트' 모드 사용 때 제로백 4초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은 언제나 고민이다. 고급차 고객 대부분은 경박스러운 변화를 거부한다. 미래를 위한 전기차와 럭셔리는 그만큼 공존이 어렵기도 하다.
제네시스 제품군에 합류한 GV60은 뒤섞이기 어려운 이 두 가지를 한데 담았다. 그만큼 제네시스의 도전이자 모험인 셈이다.
경기도 하남에서 치러진 미디어 시승행사에 도착하니 수십 대의 GV60이 코끝을 맞추고 늘어서 있었다. 이제껏 봐왔던 제네시스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낯선 감각이 커다란 벽으로 가로막은 분위기다.
실제로 바라본 GV60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세 모델 모두 하나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밑그림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몇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4개의 바퀴가 4곳의 모서리로 돌진해 있다. E-GMP의 특징이다. 여기에 성능보다 편안함을 추구한 ‘미쉐린 파일런 투어’ 타이어도 크기(21인치)를 마음껏 키웠다. 차체도 우람하지만 휠 타이어도 이에 걸맞아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크다.
묵직한 운전석 도어를 열면 광활한 실내가 눈앞에 펼쳐진다. 밑그림은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유사하되 곳곳에 ‘제네시스'다움이 묻어난다
이 시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첨단기기를 모조리 쓸어담았다. 앞뒤 도어가 만나는 곳에 안면 인식 카메라를 숨겼고, 기어박스 앞쪽에는 작은 지문 인식 패드까지 심었다.
무엇보다 실내에서는 ‘크리스털 스피어’가 명물이다. 시동을 걸기 전, 동그란 반구(半球) 형태의 수정 볼(Ball)은 시동을 걸면 잽싸게 뒤집히면서 변속 다이얼로 바뀐다.
D 레인지를 선택하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가볍고 깨끗하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시승 코스는 왕복 60여km. 고속도로와 굽이치는 국도가 뒤섞여 있다. 모터 출력은 360kW(퍼포먼스 AWD 기준)다. 내연기관의 마력으로 환산하면 약 480마력에 달한다.
여기에 운전대에 달린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5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을 단박에 쏟아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고작 4.0초 만에 달릴 수도 있다. 차고 넘치는 성능을 지녔음에도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68㎞에 달한다.
전반적인 차의 움직임은 묵직하면서도 짜릿함이 담겨있다. 운전대와 서스펜션은 묵직하고 우아하다. 이와 달리 가속페달은 즉답 형. 발끝에 살짝만 힘을 실어도 차는 전방을 향해 폭발적으로 ‘발사’된다. 교통량이 많은 국도에서는 ‘이곳저곳’ 원하는 곳에 차를 던져 넣을 수도 있다.
당황스러운 점도 있다. 축간거리가 3m에 육박하다 보니 중앙선에 붙어 단박에 U턴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넉넉한 실내공간을 얻는 대신 감당해야 할 단점이다.
제네시스를 2대째 타고 있는 기자의 눈에 GV60은 여러 면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어색했던 첫인상은 금세 사라졌고 가장 진보한 제네시스라는 이름에 모자람이 없다.
무엇보다 제네시스를 '미래차 영역'으로 성큼 옮겨놓은 주인공인 만큼, 그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