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 현상에 온 나라가 난리입니다. 요소수가 화물트럭 등 경유(디젤) 엔진 자동차에 필수로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긴 하나, 워낙 구하기 쉬웠던 탓에 지금의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도 합니다.
요소수 부족으로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혈관인 물류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지금, 요소수 자체 생산을 통해 해결은 어려운 걸까요.
요소수는 경유 차량 SCR(질소산화물 저감장치)에 쓰이는 핵심 원료입니다. SCR은 경유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역할을 하죠. 유럽 화물차 대부분은 유럽연합(EU)이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인 유로 5와 유로 6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SCR을 필수적으로 탑재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2015년 1월 이후 판매된 디젤차부터는 요소수를 촉매제로 활용하는 배출가스 저감장치(SCR)를 필수로 장착해야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가운데 60%인 200만대 정도는 SCR이 장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장 요소수가 없으면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요. 생업으로 차량운전업에 종사하는 운전자들의 생계도 문제지만 요소수 품귀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물류대란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더 나아가 국내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현재 국내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1~2개월 분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요소수 품귀 상태가 지속되면 당장 다음달부터는 시중에 유통되는 요소수 물량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해당 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합니다. 물론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수출 재개를 요청하고 있으며 수입처 다변화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휘둘리는 현 상황을 비판하며 자체 생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경유 차량 외에도 비료 등에 쓰이는 필수 소재라는 점에서 이번 대란을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죠.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암모니아(NH₄)에 일산화탄소(CO)를 반응시켜 합성해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증류수를 섞어 요소수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는 대기나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에서 뽑아낸 질소와 수소, 메탄 등을 원료로 합성하게 됩니다.
요소수의 주원료인 요수나 요소를 추출해내는 암모니아 등은 만들기 어려운 물질이 아닙니다. 과거 우리나라도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생산하고 요소수도 자체 생산했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는 2011년까지도 요소를 생산했습니다. 이후 중소 업체들은 2013년께까지는 생산을 했었죠.
하지만 막상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했던 이유 때문입니다. 롯데정밀화학 등 업체들은 천연가스가 나는 중국, 러시아 등 산지 국가들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요소 생산을 중단했었습니다.
지금 국내 업체가 다시 요소 생산에 뛰어든다고 해도 돈이 되지 않는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국가 정책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공정을 개발하고 반응로 등을 만들고 시험생산을 거쳐 대량생산으로까지 가려면 수개월, 길게는 1~2년 가량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또 생산 시설을 복구한다고 해도 장기적인 가격 경쟁력이 없어 품귀 사태가 지나면 사업이 다시 사장될 가능성도 높아, 기업에 생산을 강요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요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석탄의 국내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규제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요소수를 대체할 물질과 기술을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요소수를 대체할 주요 후보로는 현재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수소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히 대체할 기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대안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뿐입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요소수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것이 중국산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이란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유럽은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춰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다”며 “한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의 경우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재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전략물자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