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이어 CJ도 진출…CDMO가 뭐길래?

입력 2021-11-09 15:2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는 물론이거니와 유통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CDMO(위탁개발생산)가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데 이어 CJ제일제당도 해외 CDMO 업체 인수를 통해 출사표를 던졌다.

삼바ㆍSK바이오 이어 CJ제일제당도 CDMO ‘찜’

9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전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바타비아’)의 지분 76%를 2677억 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바타비아 인수로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에 진입하며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

바이오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이달초 발표한 ‘4대 성장 엔진’의 핵심 사업이다. 이 회장은 당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지속 가능(Sustainability) 등을 4대 성장엔진으로 꼽고 3년간 1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중 ‘웰니스’의 핵심이 바로 CDMO인 셈이다. 이에 앞서 CJ는 지난 7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 개발 역량을 확보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향후 반도체·바이오·차세대 통신 등 주력산업에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바이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위탁생산(CMO)에 주력해왔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5~6공장을 건설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한 상태다.

8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컨퍼런스인 ‘CPhI(Convention on Pharmaceutical Ingredients) Worldwide 2021’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주제는 CDMO 경쟁력 마케팅이다. 단일공장 세계 최대 규모 생산시설인 4공장(25만6000ℓ)과 함께 위탁개발 가속 플랫폼 ‘에스-셀러레이트(S-Cellerate)’ 등의 홍보에 나선다. 이 업체가 위탁생산을 맡고 있는 모더나 백신은 현재 식품의약안전처가 허가심사 단계로 긴급 사용에 이어 정식 출하를 앞두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 코로나19 백신 CMO 및 CDMO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의 3분기 매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2208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75.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코로나 백신의 CDMO 수익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에는 이 업체가 제조한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인 ‘NVX-CoV2373’이 인도네시아 의약품 규제 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삼성바이로로직스 (사진제공=삼성바이로로직스)

지씨셀ㆍ차바이오텍ㆍ에이치엘사이언스도 출사표

중견 제약ㆍ바이오 업체들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CDMO에 주목하고 돌진하고 있다. 최근 GC녹십자셀과 GC녹십자랩셀 합병으로 탄생한 GC Cell(지씨셀)도 세포치료제 CDM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GC녹십자랩셀은 NK세포치료제 등 세포치료제를 꾸준히 개발해왔으며 GC녹십자셀은 국내 최대 규모 세포치료제 제조시설(약 6300평)을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제조 시설 및 제조 경험, 공정기술을 통해 CDMO 사업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로도 잘 알려진 차바이오텍도 세포치료제 분야 CDMO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텍사스에 글로벌 수준 제조설비를 갖춘 c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 착공을 시작해 연말에 완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선두 업체로 꼽히는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 등에서 전문 인력을 영입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신소재 신기술개발 연구중심기업 에이치엘사이언스도 20년간 축적해 온 R&D(연구 개발) 역량과 제조ㆍ마케팅 역량 등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 식약처 개별인정원료 CDMO 사업에 진출을 공식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CDMO 사업의 단계별 맞춤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내외 연구기업과 연구자의 신기술 개발을 빠르게 완성시키고 상업화를 지원해 경제적 가치의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전문회사인 헬릭스미스도 CDMO 사업을 개시했다. 이 업체는 내년 4월 중 무균시설에 대한 적격성 평가를 마무리하고 5월부터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공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우선 자회사 카텍셀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고객사를 늘려갈 예정으로 현재 2~3개 기업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성의약품 CMO인 SK팜테코도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하고, 생산공장을 증설해 영역을 확장 중이다.

글로벌 CDMO 시장 연평균 31% 성장…2026년 12조 추정

CDMO란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 회사의 위탁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위탁업체로부터 세포주를 받아 단순 생산하면 위탁생산(CMO)으로, 위탁업체가 세포주를 만든 후 생산을 하면 위탁개발(CDO)로 구분된다. CDMO는 ‘약품의 개발과 제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회사’를 뜻한다.

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은 2019년 15억2460만 달러(약 1조7790억 원)에서 2026년 101억1350만 달러(약 11조8014억 원)로 연평균 31% 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위스 론자나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 미국의 카탈란드, 일본의 후지필름, 중국의 우시 등에 비해 생산 시설 규모가 적고 후발주자로 인프라가 뒤처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론자의 연간 매출은 6조9500억 원(59억 달러), 카탈란드는 3조5000억 원(30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연 매출은 1조1647억 원, 1조8491억 원에 불과하다.

김영호 한국바이오협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기업들의 바이오의약품 CDMO 동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CDMO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개발 서비스를 확보하고 생산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내부 성장보다는 외부 기술도입과 M&A(인수ㆍ합병)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