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메시지를 엿볼 수 있는 부원장보 인사를 단행했다. 정 원장은 부원장보들의 조기 퇴임을 요구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내부 기강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윤석헌 전임 원장 때 일선에서 밀려나 퇴직한 국장을 임원으로 재임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원장이 ‘윤석헌 색 지우기’에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주 후반부터 부원장보 후보들로부터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고 있다. 과거 검증 절차가 완료된 부원장보의 보직 재배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국장에서 승진하는 부원장보 후보군에 대한 검증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정 원장은 은행과 금융투자 부문 신임 부원장보에 이준수·이경식 국장을 임명했다. 이들 임기는 12일부터 3년간이다.이로써 금감원 부원장보 공석은 기존 6개에서 4개로 줄었다. 기존에 은행 직무를 맡았던 이진석 부원장보는 수평이동할 예정이다. 이진석 부원장보가 이동할 부서를 포함해 현재 공석인 직무는 기획·경영, 전략감독, 중소서민금융, 공시조사, 소비자권익보호다.이준수 신임 부원장보는 은행감독국장을, 이경식 신임 부원장보는 자본시장감독국장을 각각 맡았던 인물이다.
부원장보는 총 10자리(전문심의위원 포함)다. 지난달 김종민 부원장과 김동회 부원장이 승진하면서 현재 기획·경영 부원장보와 금융투자 부원장보가 공석이며, 김철웅 부원장보의 사표로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 자리도 비어있다.내년 초에 임기가 끝나는 김동성 전략·감독 부원장보와 장준경 공시·조사부원장보, 이성재 중소·서민부원장보가 이날(11일) 조기 퇴임했다.
이 가운데 보험 임원은 이창욱 국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1965년생인 이 국장은 보험감리국 총괄팀장, 보험감리국장, 보험감독국장을 역임한 보험 전문가로 꼽힌다. 박상욱 부원장보와 임원 자리를 두고 경합하다 밀려난 후 보험개발원 파견 업무를 한 후 현재는 금감원에서 퇴직한 상태다. 이를 두고 1967년생 국장들이 승진 후보로 언급되는 등 정은보 원장이 취임 이후 강조했던 세대교체 인사에는 걸맞지 않은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이미 감독원을 떠난 인사를 재임용한 배경이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전임 원장 때와 정반대의 감독 방향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원장과 호흡을 맞췄던 박상욱 부원장보는 국장 시절부터 생명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난해 삼성생명 종합검사를 진두지휘한 데다 지난 2014년 삼성생명 특별검사 당시에는 검사 팀장을 맡기도 했다. 직전 경남 지원장으로 지방에 내려가 있다가 생보사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와 삼성생명 종합검사를 앞두고 지난해 초 여의도 본원으로 복귀, 보험 권역 국장의 ‘꽃’으로 불리는 생보검사국장을 거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원장이 새로 꾸리는 임원진에 따라 앞으로 감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일선에서 물러났던 국장을 임원으로 임용한다는 건 전임 원장 색지우기 메시지를 원 내에 확실히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